▲오코노미야키생각만큼 크지 않다
이홍찬
그가 먹은 오코노미야키는 그 지름이 나무젓가락 절반 정도였다(오코노미야키는 사진에 등장하는 동그란 모양의 일본 음식). 가격은 8000원이었다.
"그리고 술도, 자기가 좋아하는 뮤지션들 보면서 맥주 몇 잔 정도는 하고 싶은 게 누구나의 마음일 텐데, 그게 또 재밌게 노는 거고요. 안산에서는 맥주를 조그만 잔에 담아서 3~4천 원에 팔았어요. 사실, 록페랑 공연장은 다르거든요. 그니까, 남들한테 피해 주지 않는 범위에서 마음껏 놀아볼 수 있는 거고요. 그래서, 정도가 심하면 좀 그렇지만, 술 먹고 좀 취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근데 저 같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사람에게, 잔 맥주 가격은 역시 부담이 되더라고요." 우리나라 록페의 먹을거리와 마실거리 반입 금지, 최선인가요?록페스티벌을 운영하는 쪽에서는 관객들이 음식물을 반입할 경우, 그로 인해 쓰레기 발생량이 늘어나고, 외부 음식물 탓에 관객의 위생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음식물 반입을 허용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또 하나, 술 병 등이 반입될 경우 관객이 던질 우려가 있어 공연에 방해를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덧붙인다. 환경과 건강, 그리고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해서 주최 측이 최대한으로 신경 쓰는 것은 당연하다.
매년 국내외 록페를 즐기는 다음 영국팝 카페의 한 운영자(카페 닉네임 SUNshine)는 음식과 음료를 반입하지 못하는 것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편이다.
"저는 그런 제한이 필요하다고 봐요. 술병이나 음식물 쓰레기가 넘쳐나는 록페라면 가기 싫을 것 같네요. 그리고 공연장 안전을 위해서도 술 취한 사람 넘쳐나고 그러면 분명 안 되죠. 그래도 우리나라 록페의 음식 질이 너무 낮은 점은 아쉬워요. 맛이나 양에 비해 가격이 비싼 것도 사실이고요. 특히 문제는 그저 잘 팔릴 것 같은 음식만 파는 것도 문제죠. 2011년에 갔던 세르비아 엑시트 페스티벌에서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벤더가 따로 있었어요. 친구 중에 한 명이 채식주의자였는데, 꽤나 만족했었죠."또한, 최지련(28세, 서울)씨는 캠핑족 입장에서 말한다. 그녀 역시 해외 록페에 관객으로 참가한 경험이 있다.
"저도 공연장에서 먹을 거, 마실 거 제한하는 건 괜찮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캠핑하는 사람에게까지 물품 반입 제한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봐요. 올 여름에 다녀온 벨기에에서 열린 록베르히터(RockWerchter)페스티벌에서는 공연장 안으로의 물품반입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안 되지만, 캠핑장 안으로의 물품 반입에는 제한을 두지 않아요. 캠핑장에서는 고기를 구워 먹든 삶아 먹든 상관없고, 술도 유리병에 담긴 종류만 아니면 누구나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었어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록페에서는 캠핑하는 사람들에게도 먹을 걸 반입 못하게 하잖아요. 이건 정말 불합리하다고 봐요. 푸드 존이 스물네 시간 열려 있는 것도 아니고, 캠핑하는 사람 배고프면 어떻게 할 건가요? 주최하는 사람들이 밥차라도 불러 주나요? 우리나라 록페의 캠핑권 가격이 3일에 보통 1만5천 원 정도 하는데, 뭐랄까 우리나라 록페에서는 캠핑권에 딸린 권리를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그저 텐트 치고 잠자는 게 캠핑이 아니잖아요."반면, 전원배(26세, 대구)씨는 대부분의 록페가 상업논리에 충실할 뿐이라고 말한다.
"그게 다 주최 측의 돈벌이에 불과하다고 봐요. 음식이나 음료 파는 사람이랑 주최하는 측이랑 어떻게 계약관계를 맺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벤더들이 꽤 큰 돈을 주고 입점한다고 알고 있어요. 예전에 록페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 그런 글을 본 적이 있거든요. 록페 주최 쪽이든 뭘 파는 사람들이든, 음식물 반입을 허용하면 자기들 돈벌이가 주니까 절대 허용 못하는 거죠. 사실, 일인당 반입 양을 정해 놓거나, 쓰레기 처리 규정 뭐 그런 걸 확실히 하면 환경이나 공연 진행에 있어서 별 문제가 없을 텐데, 결코 반입을 허용하지 않죠. 저 같은 경우는 매번 몰래 반입하는데, 실패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땐, 몰래 반입에 성공한 사람들 보면서 부러워하곤 하죠."국내 록페의 입점업체와 주최 측의 거래 관계에는 장막에 가려 있다. 2011년, 지산밸리록페스티벌에 입점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200만 원대의 입점비를 냈고, 매출의 20%를 당시 주최 측인 CJ가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당시 CJ는 관객에게 편의를 제공한다는 요량으로 록페스티벌 내의 모든 결제를 티머니 카드로 하게 했는데, 이는 입점 업체들의 매출량 파악에 요긴했다. 반면, 미처 티머니 카드를 준비하지 못한 관객들은 3천 원짜리 카드를 사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그리고 올해도, 안산으로 옮긴 CJ의 록페스티벌에서는 티머니 카드가 결제 수단으로 사용됐다. 한편, 올해 열린 지산월드록페스티벌 주최 측은 입점 업체에게서 가스비와 천막비 등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금액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의 권리는 무시되어도 좋은가록페스티벌을 여는 데에는 많은 돈이 든다. 그만큼, 주최하는 회사는 이익에 신경을 써야 하고 이는 당연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소비자, 곧 관객의 권리가 무시당할 수 있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소비자 기본법 4조 3항은 소비자에게 '물품 등을 사용함에 있어서 거래상대방·구입장소·가격 및 거래조건 등을 자유로이 선택할 권리'가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23조 4항은 '자기의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를 불공정행위로 정의하고 그러한 행위를 할 수 없음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이러한 법률에 기초하여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시정 조치 사례를 살펴보면, 록페스티벌에 음식 반입을 허용하는 것은 타당해 보인다.
2008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국의 복합상영관이 외부 음식물 반입을 불합리하게 제한하는지를 조사하고 자진해서 시정하라는 조치를 내렸다. 당시 한 복합상영관은 고객 안전을 이유로, 뜨거운 커피와 아이스크림의 반입을 제한하고 있다가, 공정위의 조치로 두 항목의 반입을 허용했다.
또한 경기도 광주에 위치한 한 골프장은 쾌적한 환경 유지 등의 명목으로 이용객들에게 음식 반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 골프장은 음식반입이 적발된 회원들에게 벌점을 부과 일정 기간 부킹을 허용하지 않기도 했다. 2009년, 공정위의 조사 결과 이곳의 음식 값은 시중보다 세 배 정도 비싼 걸로 드러났다. 이후 공정위 시정조치로, 쾌적한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곳에서의 음식 반입은 허용됐다.
그리고 2011년 코엑스 역시 비슷한 이유로 시정 조치를 받았다. 당시 코엑스는 컨벤션센터 안의 회의실을 임차하는 이가 '회의실 운영규정'과 '회의실 이용관련 안내서'에 따라 회의장내 식음료의 반입을 금지하고, 필요시 코엑스 측이 지정한 업체만 이용할 것을 강제했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 이러한 규정이 회의실 임차인의 임차 목적 달성을 위한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고, 코엑스의 영업이익만을 위한 불합리한 제한이라고 밝혔다.
모든 록페가 다 그럴까?전원배씨는 여름에 열리는 몇몇 대형 록페스티벌이 유독 상업적이라고 말한다.
"보통, 음식 반입 이야기하면, 걔네도 돈 벌어야 할 거 아니냐고 말하는데, 적당히 벌려고 하는 거면 이해를 하죠, 그런데 관객들 주머니에서 뽕을 뽑아버리려는 게 문제죠. 매년 한강 난지지구에서 열리는 '그린플러그드페스티벌'에서는 음식이나 음료 반입을 허용해요. 올해 거기에 갔는데, 도시락 사 가고, 맥주도 몇 캔 가져갔죠. 쓰레기 넘쳐날 것 같지만, 쓰레기통 많이 두니까 꼭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그리고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현장에서 사먹을 생각을 하니까, 그렇게 많이 싸오지도 않고요. 게다가 그때 판 맥주가 이번에 안산에서 판 거랑 같은 종류로 기억하는데, 가격은 2천원 밖에 안했어요. 친환경페스티벌이라 맥주는 관객이 가져온 텀블러에 맞춰서 따라줬는데, 양이 괜찮았어요. 또 부산 록페는 어떤데요? 맥주든 음식이든 정말 싸고 맛있거든요. 거기는 돈 벌려고 하는 록페가 아니기 때문에 그게 가능한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