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동 사장의 미소그는 매사 "허허"란 웃음으로 산다. 그의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이 힘든 일을 해도 웃음을 잃지 않게 만드는 듯. 무더위도, 밤샘 공사도 그의 미소 앞에는 무릎을 꿇은 듯 보인다.
송상호
이런 밤샘 공사는 1년에 몇 차례 정도 있다고 했다. 이러고도 점심식사 후엔 자신의 5톤 트럭으로 경계석을 실으러 가야 한다고 했다. 졸음운전이 걱정되지만, 그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터뷰 약속이 벌써 몇 주 전부터 있었지만, 공사의 연속이라 겨우 만난 날도 점심시간을 약속으로 잡아야 했다. 막노동 현장에서 그의 삽차 운전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인부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우리의 대화가 이루어진 게다. 그야말로 틈새 시간이라고나 할까.
그는 한 때 공무원이었다그는 놀랍게도 한때 공무원이었다. 면사무소에서 공무원을 하다가 그만두었다고 했다. 왜 남들은 못 들어가서 안달인 공무원을 그만두었을까. 그런 이유는 끝까지 들어보면 될 듯하다.
공무원을 그만두고 중장비 다루는 회사에 취직했다. 거기서 페로다, 지게차, 삽차 등 중장비를 다루었다. 그의 타고난 손재주는 중장비의 대가로 등극하게 했다. 회사에선 그가 꼭 필요했다. 중장비는 모두 잘 다루니까.
그런 회사조차도 18년 정도 다니다가 그만두었다. 지금의 삽차 자영업자(10년 째)가 되려고 말이다. 삽차 덕분에 경기도 안성 부근은 거의 다녔다. 안성은 기본이고 평택, 진천, 성환, 여주, 장호원 등. 공사현장에서 부르면 전국 어디에나 갈 수 있지만, 삽차는 5톤 트럭에 실어 옮기기에 너무 멀리 가는 것은 무리가 있어서라고 했다.
힘드신 거 없냐고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허허, 만날 그래유"라고. 삽차 운전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없냐고 물었다. "허허. 만날 그래유"라고 했다. 짜증나는 일 없으시냐고 물었다. "허허 만날 그래유."
이 사람, 알고 보니 타고난 낙천주의자다. 지나간 모든 일을 "만날 그래유"라고 웃어넘긴다. 어제 밤샘 한 것도, 이어서 더운 낮에 일할 것도 힘들지 않았느냐고 물으면 훗날 "허허, 만날 그래유"라고 할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