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을 못 믿는 시대... 뉴스를 살피는 '밝은 눈'

[서평] 시사평론가 김종배의 '뉴스 사용법'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등록 2013.08.09 16:11수정 2013.08.0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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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책표지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책표지쌤앤파커스
언론이 '국정원 사태'에서 왜곡·편파보도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축소보도나 은폐, 누락이 빈번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국정원 사태'를 비판하는 촛불집회가 잇따르고 있지만, 지상파 3사에서는 보도를 찾기 어렵다. 이를 규탄하는 시민사회의 기자회견과 1인시위 등이 이어질 정도다.

지난 8일에는 언론인들 스스로의 자성 어린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서 전국언론노조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인 시국선언'을 발표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전·현직 언론인들은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음을 고백하며, 언론현장에서 공정보도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언론을 신뢰할 수 없다'란 이야기는 새롭지 않다. 지난해 2월, 다국적 홍보기업인 에델만은 한국에서 각 분야별 신뢰도를 분석한 '에델만 신뢰도 지표조사(Edelman Trust Barometer)'를 내놨다. 여기에 따르면, 우리 사회 미디어 분야 신뢰도는 2008년 60%를 기점으로 매년 떨어져 2012년 44%에 이르렀다.

뉴스를 이성적으로 곱씹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뉴스에 담긴 사실들이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것인지, 뉴스에 담긴 사실들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 언론의 정파성, 뉴스의 정치성이 갈수록 노골화되는 최근의 추세를 고려하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중략) 따라서 뉴스를 이성적으로 곱씹기 위해서는 논리로 무장해야 한다. 이치에 합당한지를 따지는 방법으로 진리와 오류를 가려내야 한다. 뉴스에 함몰되는 게 아니라 한 발 떨어져 감별해야 한다. -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여는 글

언론에 대한 신뢰가 옅어졌다고 해서, 모든 뉴스를 외면하기는 어렵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언론만 골라보는 것도 좋은 선택지는 아니다. 뉴스라는 것 자체가 사회와 개인, 개인과 개인을 위한 주요한 소통창구인 까닭이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김종배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는 뉴스를 살피는 '밝은 눈'을 길러내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이 책의 지은이는 <오마이뉴스> 데일리 팟캐스트 <이슈 털어주는 남자>,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등에서 오랫동안 날카로운 뉴스분석을 보여준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다. 그는 독자들이 단순히 언론에서 뉴스를 전달받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능동적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뉴스 사용법'을 책 속에 담아냈다.

책은 뉴스를 보여주고,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논증해낸다. 이 과정은 독자들이 뉴스를 볼 때, 어떤 방식으로 꼼꼼하게 따져야 하는지를 인식하도록 돕는다. 이를테면 보수언론에서 노동자 파업을 폭력사태라고 보도한 뉴스를 보여준다. 이어 '만장깃대가 날카롭다'는 사실이 '계획적인 죽창의 준비'로 규정되는 과정을 되짚어주는 식이다. 지은이의 설명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독자들은 작은 사실이 사건 전체를 왜곡하는 '성급한 일반화'의 사례를 배우게 된다.


뉴스가 만들어낸 이미지가 정책을 뒤바꾸는 경우도 제시된다. 노무현 정부가 2005년 8·31부동산대책을 내놓자,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그것이 '세금폭탄'이라는 뉴스가 쏟아졌다. 더불어 서민에게 커다란 조세부담이 지어질 것이라는 인식이 펴졌다. 사실 해당 정책의 골자는 집부자에게 세금을 더 거두고, 1가구 실소유자에게는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었다. 뉴스에서 만들어진 세금폭탄이라는 이미지가 정책의 본질을 왜곡한 사례다.

언론이 관찰자에 머물지 않고 직접 선수로 뛰어드는 현상은 언론의 정파성이 강화되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공방의 두 당사자를 관찰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내 편' 또는 '네 편'으로 가르며 어느 한쪽에 귀의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특정 세력과 '긴밀한 관계'를 맺는 뉴스를 쏟아낸다. (중략) 스스로 진영 논리에 함몰돼 이데올로그를 자처하게 된다. 언론의 정파성과 편파성은 동전의 양면이다. -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147쪽


물론 보수언론의 뉴스만 잘못된 것은 아니다. 책은 진보언론의 뉴스에 대해서도 지적을 서슴지 않는다. 특히 언론의 구도가 정파성에 매몰됨으로써, 우리 사회의 진영 논리를 부추기고 있다고 꼬집는다.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문제로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펼쳐졌다. 지은이의 지적처럼, 촛불을 두고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은 '세력 대결'에 빠졌다. 문제는 상대방의 정당성을 깎아내리기 위해, 혹은 우리 쪽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 뉴스에 의도성을 개입시켰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보수언론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에, 진보언론은 촛불집회 반대세력에 폭력성을 강조하는 뉴스를 내보냈다. 엄밀히 말하자면 양쪽 다 사실왜곡은 아니다. 촛불집회 참가자도, 촛불집회 반대세력도 일부가 기물파손 등을 벌였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이 사안에 대한 여론의 호도로 기능한다면, '편 가르기'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다.

모든 언론에게 '기계적 중립'을 요구하는 일은 가능하지도 않고, 옳은 일도 아니다. 뉴스에 사용되는 단어 하나하나에도 해당 언론과 기자의 가치판단이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지은이가 진영논리의 문제를 지적하는 까닭이 있다. 편파성에 매몰된 뉴스가 결과적으로 사회적 소통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우려다. 독자들에게 "이 세상에는 완전한 오류도, 완전한 진리도 없다"고 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은이는 책을 통해 언론을 향한 비판을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들에게 '합리적 의심'을 요구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더불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눈으로 뉴스를 보는 방법들을 끊임없이 제안한다. 책을 덮을 때쯤이면, 뉴스는 물론이고 자신의 입장에서도 허점을 찾아내는 '올바른 인식'을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는 그 올바른 인식이야말로 현실의 잘못됨을 고치는 시작이라고 말한다.
덧붙이는 글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김종배 지음, 쌤앤파커스 펴냄, 2012년 5월, 1만 4천원.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김종배 지음,
쌤앤파커스, 2012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김종배 #쌤앤파커스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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