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홍천! 행복한 군민!' 표어를 내건 홍청군청. 그 현관 앞에 스티로폼을 깔고 앉아 밤낮으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주민들.
성낙선
구만리 주민들 "구만리 골프장, 최문순 지사가 직권 취소해야"홍천군에는 현재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지역이 구만리를 제외하고도, 갈마곡리·월운리·괘석리·동막리·팔봉리 등 다섯 군데가 더 있다. 구만리뿐만 아니라, 갈마곡리 등 다른 지역에서도 골프장 건설 문제를 놓고 홍천군청과 주민들 사이에 상당히 오랜 기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이 골프장들이 안고 있는 문제에도 일부 해법이 제시되고 있다. 홍천군청이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해 좀 더 적극성을 띠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변화는 홍천군청이 지금까지 주민들을 상대로 강경한 태도를 취해온 것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아직은 홍천군 내 골프장 반대 주민들을 크게 만족시킬 만한 수준은 아니다. 골프장마다 해법이 다른 것도 문제다.
홍천군청은 올해 상반기 내내 주민들이 제기하는 요구에 대해, 그동안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다해 왔다"며 더 이상은 주민들에게 끌려 다니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여 왔다. 그리고 골프장 반대 주민들을 공무집행 방해 행위로 고발하고, 강원도 골프장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인 박성율 목사를 상대로 '접근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강한 대응 방식을 유지해 왔다.
그런 홍천군청이 지난 5일 골프장 반대 주민들에게 '골프장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 군의 입장'을 제시했다. 홍천군청이 골프장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정한 변화가 있음을 예고한 상태다. 홍천군청은 이날 "최근 골프장에 대한 지방 투자메리트가 적어지고, 골프장 수요 감소 등의 여건 변화로 민선 5기에 들어서면서는 지역에 신규 골프장은 입안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입안하지 않을 계획"임을 강조했다. 그리고는 골프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홍천군은 우선 갈마곡리에 건설 중인 골프장과 관련해서는 "향후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는, 지역 실정과 부합되는 대체사업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홍천군은 이 골프장이 재정적 위기를 맞아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이 같은 사업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월운리에서 진행 중인 골프장 건설과 관련해서는 "기존에 골프장 단일 시설로 진행되던 골프장 조성사업은 모든 행정 절차는 중지하였고, 향후 골프장 입안은 하지 않겠으며, 대체 사업이 유치되도록 적극 행정 지원을 하겠다"며, 이 골프장의 경우 아예 인허가 절차를 밟지 않겠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괘석리 골프장은 이미 지난 6월 임시 사용 허가를 얻어 현재 운영 중에 있는 골프장으로, 홍천군은 이 골프장과 관련해서는 환경감시단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홍천군은 "(골프장) 운영과 관련해 지역 주민들이 용소계곡의 경수천 등이 오염될 것을 우려하고 있어 사업시행자와 협의하여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환경감시단을 운영함으로써, 주민들이 우려하는 문제들이 해소되도록 적극적인 행정지도를 펼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홍천군이 제시한 이 같은 '입장'을 주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아직 미지수다. 최종적인 합의를 이끌어내기까지는 또 다른 진통이 예상된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벌써 홍천군의 제안이 현실 가능성이 없다는 주장과 함께,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갈마곡리의 경우, 골프장 사업을 다른 사업으로 대체한다고 해도 그 사업을 이끌어갈 사업주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동막리 골프장의 경우도 지역 주민들과 홍천군청 간 이견이 심해, 아직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막리 주민들은 지난 6일 허필홍 홍천군수를 만나 동막리에서 건설 중인 골프장을 직권 취소할 것과 함께 당장 공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주민들은 그 자리에서 동막리 골프장이 '국토의 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했음을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날 허 군수로부터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허 군수와 주민들은 이날 골프장을 직권 취소하기에 앞서 먼저 객관적인 위치에 서 있는 제3의 변호사에게 법률상 자문을 구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변호사 자문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동막리 주민들 역시, 직권 취소 등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기까지는 상당히 험한 길을 가야 한다. 동막리 골프장은 군수가 직권 취소 권한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