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즐거움> 독자와의 대화박원순 서울시장이 약속된 시간이 끝나기 직전에 오연호 오마이뉴스 기자가 던진 마지막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김민호
<정치의 즐거움>에서 박원순 시장은 자신의 역점 사업이 왜 보도블록 사업인가를 설명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한다. 그는 보도블록 사업이 작은 사업임을 인정하면서도 "작은 것도 안 되는데 어떻게 큰 일이 이루어질 수 있느냐"고 되물으면서 "작은 일을 제대로 하는 문화"를 보여 주고 싶다고 말한다. 비효율적인 보도블록 공사를 없애고 서울 시민의 편익을 증진하기 위해서 그는 보도블록 10계명까지 만들 정도로 적극적이다.
박원순 시장은 보도블록 공사 개선과 같은 시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이지만 어떤 정책이 작은 반대에라도 부딪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어떤 사안이나 정책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으면 그것을 가장 반대하는 사람을 먼저 만나라"고 할 정도로 의견 수렴과 소통에 대한 박원순 시장의 원칙은 단호하다. 그는 이러한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결과적으로는 반대에 부딪히는 시간이 줄어들어서 전체 일정이 단축되고 정책의 실효성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그가 추구하는 소통과 참여의 거버넌스(Governance, 공공경영)는 공무원을 소외시키지 않는다. 박원순 시장은 개혁 세력의 실패 원인을 공무원 집단에 대한 불신에서 찾는다. 공무원 집단을 개혁의 대상으로만 보고 믿어주지 않으면 아무 일도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시 직원들의 혁신 능력과 업무 처리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아낌없이 칭찬하며 그들에 대한 깊은 신뢰를 보여준다.
박원순 시장은 강력한 보스의 모습보다는 조력자의 모습에 더 가깝다. 서울시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마을공동체 사업 추진 과정에서도 담당 공무원들에게 "우리(서울시)가 해야 할 일은 뒷짐을 지는 것"이라며 예산과 행정적인 지원으로 시민들을 정책 운용의 주체로 내세운다. 취임사에서 내세운 "시장이 시민이다"의 모토를 충실히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박원순 시장의 인터뷰를 담은 <정치의 즐거움>은 오연호 기자의 인터뷰 시리즈 중 하나이다. 그 시리즈 첫번째 책인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온화한 조력자적인 리더십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당시 인터뷰에서 앞으로 대한민국의 정치인은 "사회적 갈등 과정에서도 사람들하고 끊임없이 대화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인이 임기 내 끊임없는 갈등을 빚어서일까, 노무현 대통령은 부드러운 리더십의 필요성을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그러한 점에서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부족하다고 인정했던 '부드러운' 조력자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는 재향군인회에서 참전용사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더 나은 사회적 대우를 약속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정치인이다.
좌파척결을 외치는 어르신들마저 눈시울을 붉히고 박수를 쳐줄 수 있는 진심어린 마음을 보일 수 있는 행정가이다. 그는 반대하는 사람들까지 보듬고 어우르면서 나아갈 수 있는 시정을 이야기한다. 박원순 시장이 보수적인 사람들과도 만나서 그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면 자연히 노 전 대통령의 미래의 리더십에 대한 통찰이 떠오른다.
박 시장의 수평적인 리더십은 행정의 새로운 모습으로 더 넓게 퍼질 수 있을까. 이는 전 세계에서 서울의 행정을 배우러 오도록 만들겠다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름다운 야망"이 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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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랑 일하고 싶다고요? 후회하실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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