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TV토론 지켜보는 김무성과 권영세새누리당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이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의 사퇴로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양자 간에 펼쳐진 3차 TV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공개가 원칙인 국정조사를 비공개로 해야 한다며 억지를 부려 국정원 비공개 기관보고를 관철했는데 이는 국정조사의 근본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일이다. 새누리당이 이 사건의 핵심 증인인 김무성과 권영세의 증인 채택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 역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방해하고 은폐하는 행위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증인으로 채택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기소가 돼 있는 상황인 데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비리혐의로 구속된 상황이기 때문에 증인 출석을 거부하면 동행명령장을 보내더라도 출석을 강제하기 힘들다고 한다. 어쩌면 사건의 핵심관계자인 원세훈, 김용판, 김무성, 권영세 등 4인방이 한명도 청문회에 나오지 않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물론, 대통령이 국회에서 진행 중인 국정조사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국정원 선거 개입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이 박근혜 대통령이고, 반대로 국정원의 선거개입이 허위라면 현재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당사자가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을 마냥 제3자라고만 할 수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에 대해서 직접 청문회 증인 채택을 명령하거나 지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김무성 의원은 당시 캠프 총괄본부장이었고, 권영세 주중대사는 캠프 상황실장이었다는 점에서 박근혜 당선의 일등공신들이다. 이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서(어쩌면 누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청문회 출석이 마땅하다는 의견을 박 대통령이 밝히는 것은 꼭 필요해 보인다.
이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쪽이 아니라 밝히려는 쪽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가장 확실히 보여주는 방법이며,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박 대통령의 주장과 국정원의 대선개입 자체가 없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증명하는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닉슨 하야가 주는 교훈 미국의 리처드 닉슨은 1972년 대선에서 선거인단 기준 520:17이라는 역사상 가장 큰 차이로 당선됐지만 워터게이트 사건을 은폐하려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불명예를 당했다. 닉슨의 표 차이에 비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51.6% : 48%는 훨씬 작은 차이다. 국정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바도 없으며, 국정원 댓글로 국민의 선택이 달라지지도 않았을 것이며, 대선은 이미 끝났다는 식의 설명은 닉슨 사건을 돌이켜보면 맞는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닉슨 대통령은 당시 미국 역사상 3개의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미 대통령 선거 역사상 가장 큰 차이로 상대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것이 첫 번째 기록이다. 두 번째 기록은 법사위원회에서 탄핵을 당했으며 임기 중 스스로 사임한 최초이자 최후의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마지막 기록은 8월 8일 사임을 발표하는 16분짜리 방송 연설을 세계의 1억1천만 시청자가 지켜봤는데, 이는 당시 역대 대통령의 연설 중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두 번째의 불명예스러운 기록으로 자랑스러워야 할 첫 번째와 세 번째 역사마저 오명이 되고 말았다. 현재 미국 국민 중 어느 누구도 닉슨 대통령을 가장 큰 표차로 당선된 자랑스러운 대통령이라고 기억하지 않는다.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불법 도청을 직접 지시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고, 또 얼마나 이 일에 깊숙이 관련되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닉슨의 말처럼 시키지도 않았고, 알지도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닉슨 대통령이 불명예스럽게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와 공화당이 이 사건의 책임을 실무자들에게만 떠넘기고 자신들이 책임지지 않으려 했다는 점,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했고, 진실을 은폐하려 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역시 박근혜 대통령은 전혀 몰랐고, 새누리당 선거 캠프 역시 아무 관련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들과 여러 정황에 의하면, 그들이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깊숙이 관련되어 있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며, 실제로 이런 의심을 가진 국민들이 상당수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할 일은 (자신들이 한 점 부끄러운 것이 없다면) 이 사건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서야 한다. 대선 관련 댓글 작업을 한 국정원 정예요원에 대해 감금된 여성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나, 국정원 직원의 내부고발을 매관매직 사건으로 호도한 것은 국민들에게 진실을 감추려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전두환-노태우가 나오지 않는 5공 진실 규명 청문회를 상상하기 힘들 듯, 이른바 '원판김세'(원세훈-김용판-김무성-권영세)가 나오지 않는 국정원 대선개입 진실 규명 청문회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들을 청문회에 증인으로 세우는 것은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처음이자 끝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왜, 어떻게 대통령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는지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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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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