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찬> 사진집 표지
김기찬
내 사진 테마는 골목안 사람들의 애환, 표제는 골목 안 풍경, 이것이 내 평생의 테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러한 나의 결정을 한 번도 후회해 본 일이 없다 - 사진집 가운데가난과 행복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이 시대에 가난했지만 행복했다고 좋은 시절이었다고 느껴지는 사진들이 차곡차곡 포개져있다. 서울 만리동, 공덕동, 도화동, 문래동, 아현동…. 내게도 익숙한 동네들 이름과 친숙한 사진들이 펼쳐진다. 몸만 시간에 쫓겨 바쁘게 허덕일 뿐, 마음은 오히려 공허해지고 있는 사람들에겐 치유와 같은 사진집이다.
그의 사진 속 배경이나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쾌적하지 않고 가난한 모습임에도 불구하고 햇살이 양지를 만들어 이불을 보송보송하게 말리는 장면, 개구쟁이 아이들의 장난기 어린 웃음소리와 강아지들의 짖는 소리가 들려오고, 이웃 간에 술 한 잔을 놓고 어려움을 나누는 인정이 사진 속에 녹아 있어 결코 불쌍하거나 '구려'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풍요로움과 성급하게 맞바꾼 소중한 것들이 그 속에 남아 있다는 강한 이끌림에 그의 골목 안 사진을 구석구석 찬찬히 살펴보게 만든다. 그는 포토그래퍼 이전에 따뜻한 마음과 정겨운 시선으로 이웃을 감싸 안는 휴머니스트였던 것 같다. 그의 사진의 남다른 따스함은 그의 사람됨과 진정성에서 나온 듯싶다. '쓸쓸함'과 '훈훈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김기찬의 사진의 매력이나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골목 안에서 자신의 고향을 보았고, 가난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따뜻한 본성을 느꼈다고 한다. 골목 안 주민들과의 오랜 유대감을 바탕으로 진행된 그의 골목 안 작업은 타계하기 직전까지 계속되었다. 사진가 김기찬은 그가 반평생 사진으로 담았던 서울의 골목들이 거의 다 사라져버린 2005년에 돌아가셨다. 아마 골목은 그의 운명과도 같은 것이었나 보다.
이외에도 <열화당 사진문고>는 한국의 사진가 강운구, 주명덕, 김녕만, 민병헌 등과 세계적인 사진가 베르너 비쇼프, 워커 에번스, 낸 골딘, 도로시아 랭, 요세프 수데크 등의 작품을 작가의 연대기와 함께 실은 작품집 시리즈다. 현재까지 39권이 나왔다. 손바닥 만한 크기지만 작가들의 작품이 시대별로 꼼꼼히 실려 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하듯, 좋은 사진을 찍고 싶다면 우선 좋은 사진들을 많이 보아야 한다. 사진사에서 평가받고 있는 사진가들의 작품을 많이, 자세히, 자주 보는 일은 사진에 대한 안목과 실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림을 공부하는 이들이 명화를 자주 보는 것처럼.
전몽각 Jeon Mong Gag
전몽각 지음, 정재숙.이문강 글,
열화당,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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