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장 모습이다. 많은 락 팬들이 공연에 따라 이동을 한다.
김해규
메인 무대가 건너다보이는 잔디밭에 텐트를 쳤다. 정말 오랜만에 태양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비 오듯 쏟아지는 땀방울에 눈이 쓰라렸다.
'정말, 이놈은 어디 가서 안 오는 거야?'혼자 궁시렁 거리며 텐트를 완성해갈 무렵 딸아이가 두리번거리며 다가왔다.
"어디 갔다 왔냐?"핀잔 아닌 핀잔에 딸아이는 헤헤거리며 '저쪽에서 이거 나눠주길래 받아왔지 뭐'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부채를 흔들었다. 텐트 안에 배낭과 짐을 모두 집어넣을 때쯤 메인 무대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라 일어난 딸아이는 총알처럼 무대 앞으로 튀어나갔다.
짐을 정리하고 점심거리를 구하러 행사장을 한 바퀴 돌았다. 주변 환경은 거칠었지만 행사장 곳곳은 음악과 젊음으로 차고 넘쳤다. 어쩌면 거친 환경이 록의 정신을 대변하는 듯한 분위기처럼 느껴졌다. 새우밥을 살까, 케밥을 살까 고민하고 있는데 또 다시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빠. 나 무대 앞으로 밀려들어왔는데 찾지 마.""점심은 안 먹을 거야? 그래도 밥은 먹고 놀아야잖아"라는 내 말은 "조금 있다가 딕펑스 공연한단 말야"라는 대꾸에 묻혀버렸다. '딕펑스'라는 말은 내 귀를 번쩍 뜨이게 했다. 딕펑스는 나도 봐야 되는데. 서둘러 새우덮밥을 사서 그늘에 앉아 허겁지겁 우겨넣었다.
사실 딕펑스는 보고 싶었지만 그들의 연주실력은 반신반의 하는 편이었다. 음악이라는 것이 소질과 노력뿐 아니라 철학과 연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헌데 내 생각은 기우였다. 딕펑스는 사운드도 수준급인데다 보컬의 목소리도 탄탄했다. 딕펑스 다음으로 무대에 오른 '피스(PEACE)'라는 외국그룹은 그저 그랬고, 하드록을 연주하는 외국 그룹 '스토리 오브 더 이어(Story of the year)'는 강렬한 사운드로 가뜩이나 뜨거운 오후의 태양을 용광로처럼 달궜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재발견한 그룹은 '뜨거운 감자'였다. 나는 '뜨거운 감자'는 김C가 리더이고 염세적인 음색으로 부조리한 세상을 비아냥거리는 팀 정도로만 알았지 이렇게 깔끔하고 강렬한 사운드와 보컬을 가졌으리라고는 상상해보지 않았다. 기타를 치는 조정치의 연주 실력을 직접 보고 즐긴 것은 '왕덤'(?)이었다.
노는 것도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