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실 앞에서 구호 외치는 <한국일보> 기자들지난 6월 17일 오전 서울 중구 한진빌딩 6층 회장실 앞에서 한국일보 기자들이 장재구 회장의 퇴진과 사측이 폐쇄한 편집국 문을 열어 달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성호
장재구 회장의 편집국 봉쇄 조치로 쫓겨났던 <한국일보> 기자들이 약 한달 반 만에 다시 펜을 잡는다. 법원이 사실상 장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하겠다는 결정을 내리면서 '짝퉁 한국일보'라는 비난을 받아왔던 신문도 오는 5일부터 정상 발행된다. 편집국이 봉쇄된 6월 15일로부터 51일만이다.
서울중앙지법 파산2부(수석부장 이종석)는 지난 1일 <한국일보>에 대해 재산보전처분과 보전관리인 선임을 명령했다. 특히 보전관리인이 선임되면서 장 회장 등 경영진은 인사·신문 발행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이는 <한국일보> 전·현직 직원 201명이 지난달 24일 회사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임금과 퇴직금 등 자신의 채권을 모아 채권자 자격으로 기업회생을 신청한 데 따른 결정이다.
기업회생절차 신청 이유 "편집국 봉쇄 이후 회사 더 어려워져"전국언론노조 한국일보지부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 최진주 부위원장은 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장 회장의 비리와 전횡 때문에 부도 위기에 처한 회사를 살리고 신문 발행을 원 상태로 돌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경영 부진을 겪던 <한국일보>는 2002년 장 회장이 대주주가 되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구조조정을 거쳐 2008년 워크아웃을 졸업했지만 자본잠식에 빠지면서 다시 경영 상태가 악화됐고 부채도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부채 700억 원과 자본금 200억 원이 수년째 잠식돼 임금 체불 등 경영 위기를 겪자, 직원들은 "장 회장의 부실 경영 탓"이라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지난 4월 29일 장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맞서 회사는 일방적 인사 조치와 편집국 봉쇄를 단행했다.
최 부위원장은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바로 회사의 편집국 봉쇄 조치 때문"이라며 "가뜩이나 원래 어려웠던 회사 경영 상태가 신문 파행 제작 때문에 더 위기에 빠졌다, 광고 수주가 줄었고 구독 중단 요청도 이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