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실 내부의 모습기차마다 객실 내부는 조금씩 다른데, 흡사 항공기 내부와 같은 것도 있다. 청결한 것은 기본.
서부원
규슈 여행은 가까운 역에 가서 '패스'라 불리는 정기 승차권을 구입하는 일로부터 시작된다. 외국인 여행자들을 위한 일종의 배려인데,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일본 내 교통요금을 절약할 수 있는 필수적인 여행 준비다. 일자별로 지하철과 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패스의 '압권'은 기차 정기권인 '레일 패스'다.
규슈에서 기차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교통수단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자체만으로 비할 바 없는 관광 상품이다. 규슈에 열 번도 넘게 왔다는 한 여행자는 이번 여행의 목적은 바로 규슈의 각 지역을 연결하는 모든 기차를 타보는 것이라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현재 규슈에는 시속 300km로 달리는 최신형 신칸센부터 1930년대에 제작된 영화 소품 같은 증기기관차까지 운행되고 있다.
속도를 기준으로 고속열차, 특급열차, 쾌속열차, 보통열차 등으로 나뉘는 건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오가는 행선지에 따라 기차마다 고유의 이름과 디자인, 차별화된 서비스가 제공된다. 일본 기차의 정시성과 안전성은 이미 세계 최고로 공인된 바인데다, 관광 상품으로서의 편의성과 내러티브까지 동시에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예컨대, 규슈의 대표적인 두 항구도시인 하카타(후쿠오카)와 나가사키를 잇는 열차의 이름은 갈매기라는 뜻의 '카모메'다. 하얀색 외장에다 신칸센을 닮은 날렵한 디자인이 흡사 갈매기를 닮았다. 또, 규슈의 살아있는 심장으로 불리는 아소산을 연결하는 특별 열차편인 '아소 보이'의 외벽에는 만화 캐릭터인 '쿠로'가 그려져 있어 친근함을 더한다.
그런가 하면, 비록 하루에 딱 한 번, 그것도 부정기적으로 왕복 운행하는 탓에 쉽사리 경험할 수 없지만, 흔히 '은하철도 999'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한 증기기관차 '에스엘(SL) 히토요시'도 있다. 앞서 말한 대로 거의 한 세기 전에 제작돼 수차례의 수리 과정을 거쳐 지금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세계적인 명물 기차다.
어느 기차역이든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