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북한과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박근혜정부의 대북정책이 지지율 회복에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다. 박근혜정부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표방하면서 지난 정부와 차별성을 가지려고 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건 어느 정부나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정부와 차별성을 가지기 위해서 지금과 같이 융통성 없는 신경전만을 능사로 삼아서는 안 된다. 남북회담에 나가서 북한을 비판하고 돌아오면 국내 정치적으로 지지층이 결집하는 효과를 거둔다는 점에 매료되어서는 안 된다.
북한과 웃으면서 협상했다고 회담대표를 갈아치우니, 후임 회담대표는 악수도 하지 않고 회담을 시작한다. 이런 패턴이 '박근혜식 대북정책'으로 굳어져서도 안 될 것이다. 남북대화의 목적은 지난 정부와 차별성이나 국내지지율 상승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기반 조성이 남북대화의 목적이다.
남북관계가 지금처럼 복잡하게 왜곡되고 국민들이 북한에 대해 불신을 가지게 된 데는 <뉴욕타임스>의 지적과 같이 올 상반기에 조성된 한반도의 위기가 큰 역할을 하였다. 작년 12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자 지난 1월 22일 유엔 안보리가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결의안 2087'을 채택했다. 북한이 이에 강력히 반발하면서 한반도 위기가 시작되었다.
북한은 각종 성명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미국정부와 한국정부를 향해서 일전불사의 발언을 쏟아냈다. 언론은 북한의 연속적인 위협발언을 '말폭탄'이라고 불렀다. 이런 말폭탄이 남한 국민들에게 그들의 호전적인 모습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이것이 국민들 가슴 속에 자리잡은 북한 이미지가 되었다. 이에 당당하게 맞서서 북한을 변화시켜 주기를 바라는 정서가 국민들 사이에 확산되었다.
말폭탄을 퍼붓던 북한도 변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12일 존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한중일 3국을 순방하면서 6자회담과 양자회담 등 대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부터 북한도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남북대화를 비롯하여 미국, 중국, 일본과 대화를 시도했던 것이다.
오비이락, 미숙한 회담전략과 국민들의 지지그 일환으로 북한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은 6월 6일 남북대화를 제기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수락했다. 하지만 정작 남북당국회담을 위한 실무회담에서 수석대표의 '격' 때문에 남북장관급회담은 무산되고 말았다.
정부는 남북당국회담 실무회담에서 회담수석대표를 합의하지도 않은 채 당국회담을 약속하는 미숙한 회담전략을 보여주었다. 그러다보니 남북은 수석대표의 격을 다르게 발표했다. 애초 장관급회담으로 제안된 남북당국회담을 수석대표로 우리는 차관을 내세웠는데 북한은 조평통 국장을 내세웠다. 그동안 조평통 국장은 북한에서 장관급이었는데 우리 정부의 '국장급'이라고 말하는 언론도 있었다. 그렇다면 CIA 국장도 '국장급'이냐는 조소도 있었다. 결국 이른 바 '격'의 논란으로 남북당국회담은 무산되었다.
이러한 정부의 미숙한 회담전략에 국민들은 뜻밖에도 지지를 보내주었다. 올 상반기에 보여준 북한의 호전적인 태도를 기억했던 국민들은 남북이 '격'을 가지고 다투는 것을 박근혜정부의 북한 버릇고치기로 받아들였다. 인과관계가 전혀 맞지 않는 이런 결과가 발생한 데에는 당연히 호전적인 언사를 남발한 북한의 책임이 크다.
어쨌든 박근혜 정부의 미숙한 회담전략에서 비롯된 '격' 논쟁은 '오비이락'이 되어서 북한에게 일침을 가하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이것이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 반등의 추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아이러니 하지만 역사의 한 모습으로 흔히 보아왔던 장면이다. 하지만 역사는 여기서 멈추지 않기 때문에 '역사'인 것이다.
위기 지속은 국민피로감을 증대시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