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구소에도 '박사 비정규직' 넘쳐난다

전공과 맞지 않는 기업으로 파견되기도... 김경협 의원 "전면적인 조사 필요"

등록 2013.07.31 18:29수정 2013.07.31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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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정부출연연구소(이하 출연연)에 채용된 상당수 석·박사 연구 인력이 2년 이상 비정규직 형태로 근무하면서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고 있는 문제가 제기됐다. 또 출연연에 소속된 이들을 우수 중소기업으로 파견시키는 정부의 '기술인재 공급 및 활용지원 사업'에서도 전공분야와 다른 사업장으로 가거나 열악한 근무조건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정규직 전환하라는데... 2013년 고작 12명 전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경협 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산업기술연구회 산하 14개 연구기관의 연구직 인원은 2013년 6월 말 현재 총 7604명으로 그 가운데 비정규직은 2972명이다. 전체 인력의 39%가 비정규직으로, 그 중 올해 정규직 전환인원은 12명에 불과하다. 정규직 전환 예정자는 2014년 329명, 2015년에 가도 221명뿐이다. 향후 3년 동안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인원은 모두 562명에 불과하다. 2016년이 돼도 2410명은 비정규직으로 남게 된다.

개별 연구소 별로 살펴보면 비정규직이 가장 많은 연구소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으로 비정규직 568명(정규직 415명)이었다. 비정규직 비율은 57.7%에 달했다. 뒤를 이어 가장 많은 비정규직이 있는 연구소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으로 전체 2163명의 연구원 가운데 434명(전체 20%)이 비정규직이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소의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2013년 0명, 2014년 132명, 2015년 33명이고, 한국전자통신원의 경우 2013년 2명, 2014년과 2015년 각각 12명에 불과했다.

각 연구소의 규모에 따라 연구원의 비정규직 비율은 차이가 있었다. 한국건설연구원(정규직 280명, 비정규직 352명)과 한국식품연구원(126명, 201명), 세계김치연구소(25명, 34명), 한국화학연구소(237명, 287명), 안전성평가연구소(84명, 103명) 등이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인원이 더 많았다. 김경협 의원실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는 비정규직법에서 정한 사용시한 2년을 넘긴 연구원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 보완지침'을 발표하며 "정부출연기관 연구원을 정규직 전환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도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고용노동부 측은 "각 연구소 연구원들의 전환계획은 미정인 경우가 많다"며 "연구원들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방침이 정해져야만 연구소에서도 전환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연연 소속 한 연구원 측은 "정규직 전환을 위해서는 예산이 확보되어야 한다"며 정규직 전환대상자는 사람 중심이 아닌 장기계속 사업을 수행하는지 여부 등의 직무 중심으로 전환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원이 행정, 생산분야에서 일하기도

한편 정부 출연연의 일부 석·박사 연구원들은 자신과 맞지 않는 기업에 파견을 나가 열악한 조건에서 근무하면서 제대로 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현 미래창조과학부(과거 지식경제부) 소속 산업기술연구회는 지난 2010년부터 '기술인재 공급 및 활용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석·박사 우수 인력을 '기업지원연구원'으로 채용해 중소기업에 파견하는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 사업으로 14개 연구원 가운데 12개 연구원에서 260명의 연구 인력이 중소기업으로 파견됐고, 이들은 출연연과 기업이 50% 부담하는 급여를 받고 있다.

문제는 특히 이들이 일종의 파견근로자이지만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현 법률(파견법)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산업기술혁신촉진법(촉진법)을 근거로 파견되면서 발생했다. 파견법은 그 종류와 절차, 벌칙 등이 상세하지만 촉진법은 단순히 '파견할 수 있다' 정도의 내용밖에 없다. 파견법에서는 2년 이상 근무했을 때 정규직(무기계약) 채용을 해야 하고,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김경협 의원실이 조사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경우 기업 파견인력 전체 44명 가운데 4명만 정규직이고 나머지 40명은 모두 비정규직이었다.(2013년 5월 31일 기준) 이 인원 가운데 20명은 2년 2개월 이상 근무를 했고 2년 6개월이 넘은 인원도 7명이었다.

파견계약 문제뿐 아니라 근무형태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전공과 맞지 않거나 정당한 처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경협 의원실이 조사한 사례를 보면 연구직인 줄 알고 들어갔지만 행정업무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연구가 아닌 생산분야에 배치되는 일도 있었다. 빈번히 있는 야간근무에도 초과근무수당을 받지 못하는 식의 근무조건에서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상당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김경협 의원은 "기업지원연구원들은 일종의 파견근로자인데도 파견법 적용대상이 아니어서, 이에 준하는 보호를 받지 못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기업으로 파견 간 석·박사 우수 연구인력들의 근로형태를 전면적으로 조사하고 관련법 적용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김경협 #기업지원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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