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정감사·청문회 불출석 건으로 기소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행정부는 물론 사법부마저도 그 통제 밖에 있는 슈퍼갑이니, 국회의 부름 정도야 그다지 두렵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슈퍼갑 총수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정용진 부회장은 작년 국정감사·청문회를 통해 모두 세 차례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한 차례도 국회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정 부회장이 받은 징계는 1500만 원 벌금형. 현재 그의 재산 평가액(1조3860억 원) 0.001% 정도에 불과한 금액인 만큼, 정 부회장으로서는 전혀 따끔하지도 않을 벌이다. 앞서 한 대기업 관계자 말을 빌리면, 의원들 앞이라고 우는 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뜻도 된다.
그나마 슈퍼갑을 울상 짓게 만든 것은 엉뚱하게도 도둑이었다. 2001년 한 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왕 다이아몬드 도난 사건. 범인은 경비회사 직원으로 당시 정 부회장의 부인이었던 배우 고현정씨의 4.5캐럿 다이아몬드 반지와 정 부회장 바지에 들어 있던 50만 원짜리 수표를 안방에서 훔쳤다가 경찰에 검거됐었다.
비슷한 사건은 2007년에 다시 일어났다. 1년 가까이 27차례에 걸쳐 5700만 원어치의 현금, 수표, 귀중품을 훔친 범인이 역시 정 부회장 자택 경비원이었던 것. 당시 범인은 200만 원짜리 검정색 구찌 양복 웃옷, 100만 원짜리 돌체 앤 가바나 구두 등 정 부회장의 명품에도 손을 댔다고 한다.
간 큰 도둑에게 뒤통수 맞은 슈퍼갑 대응은?내부의 적에게 뒤통수를 맞은 슈퍼갑 측 대응은 다소 궁색했다. 관할 경찰서가 서울 용산경찰서였지만 엉뚱하게도 방배경찰서에 신고했다고 한다.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꺼렸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간 큰 도둑 덕분에 슈퍼갑 면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꼼수가 발동했던 모양이다.
당시 경찰의 대응 또한 궁색하긴 마찬가지였다.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면서 절도 사건 피해자로 정 부회장 대신 관리인을 지목해 대기업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구설수를 자초했다. 울트라 슈퍼갑의 이름을 대하는 '힘없는 경찰'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 셈이다.
힘없는 서민에게는 울트라 슈퍼갑인 대한민국 삼부, 그들도 통제하지 못하는 울트라 슈퍼갑을 흔든 이가 한낱 '도둑님'이었다는 것은 그래서 '웃프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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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슈퍼갑' 정용진 울린 이는 결국 '도둑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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