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길의 끝에서 자유에 이르기를>┃엮은이 원택 스님┃펴낸곳 (주)조계종출판사┃2013.08.05┃1만 6000원
(주)조계종출판사
책은 출가수행자의 신분으로 6년간 성철 스님을 모신 바 있는 <불교신문> 이진두 논설위원께서 집필하셨습니다. 집필자는 성철 스님께서 탄생 후 출가-수행-오도-전법교화-열반에 드시기까지의 여정이자 수행이력, 선지식 수행자가 되어 남기신 흔적들을 탁본을 뜨듯이 더듬고 108염주를 꿰듯이 궤를 맞추며 성철 스님의 행장을 정리합니다.
성철 스님께서 머무시던 25 도량, 산길을 걷고 계곡을 지나서 찾아가는 도량에 대한 묘사야 말로 구법의 길이며 순례의 발걸음입니다. 산사를 찾아가는 길에서 만나는 풍광들은 수묵화처럼 펼쳐내고, 찾아간 도량에서 느끼는 성철 스님에 대한 흔적은 커다란 공명의 울림으로 옮기고 있으니 한 도량을 들어서고 한 도량을 나설 때마다 성철 스님의 체취가 연상하는 가슴에서 아롱댑니다.
성철 스님의 발자취를 찾아나서는 순례의 길은 성철 스님 생가인 겁외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지리산 대원사, 가야산 해인사, 범어사 내원암, 통도사 백련암, 은혜사 운부암에 이어 동화사 금당선원, 송광사 삼일암, 수덕사 정혜사, 간월도 간월암, 법주사 복천암으로 계속되는 구도의 길, 성철 스님께서 공부하고, 참선하고, 기도하던 수행 지를 순례하다 보면 성철 스님께서 거치셨을 절차탁마의 세월이 실루엣처럼 그려집니다.
역사적 격변기에 사셨던 스님, 일제 감정기와 동족상잔의 6·25를 겪어야 했던 세월이지만 깨달음을 향한 스님의 일보는 조금도 흔들림 없는 오롯한 일념입니다. 집필자가 거니는 순례의 길을 계속 따르다 보면 성철 스님의 상징처럼 알려진 '삼천배'와 '봉암사 결사'에 깃든 진의도 생생하게 알게 됩니다.
인간 못된 게 중 되고, 중 못된 게 큰스님 된다"흔히 삼천배를 하라고 하면 나를 보기 위해 삼천배를 하라는 줄로 아는 모양인데 그렇지 않습니다. 승려라는 것은 부처님을 대행할 수 있는 사람을 말하는데, 내가 어떻게 부처님을 대행할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늘 말합니다. '나를 찾아오지 말고 부처님을 찾아오시오. 나를 찾아와서는 아무 이익이 없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찾아오지요. 그래서 그 기회를 이용해서 부처님께 절하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삼천배를 시키는 것인데, 그냥 절말 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위해서 절하라, 자기를 위해서 절하는 것은 거꾸로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삼천배를 하고나면, 그 사람의 심중에 무엇인가 변화가 옵니다." -<이 길의 끝에서 자유에 이르기를> 281쪽성철 스님을 직접 모셨거나 가르침을 받으셨던 분들이 들려주는 성철 스님 이야기는 인간적이면서도 엄격하고, 따뜻하면서도 더할 나위 없이 냉철합니다. 하지만 수행자로서의 삶과 구도자로서의 자세는 초지일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음을 듣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