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관룡사 돌장승할아버지얼굴을 하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김정봉
돌장승의 얼굴은 둥근 눈망울, 합죽한 입에 주먹코를 한 당시 조선인의 얼굴, 민중의 자화상이었지만 분노하면 언제든 바뀌는 게 민중의 얼굴이다. 이맛살을 찌푸리고 둥근 눈을 부릅뜬 채 주먹코는 분노에 벌름거리게 된다. 평범한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보이는 장승이 어떤 때는 무섭게 보이는 게 이런 이유일 게다. 이런 이중적 얼굴에는 엄중한 경고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요즈음처럼 어지러운 세상에는 어떤 얼굴을 한 장승이 나타날까 궁금하다.
이런 민중적 얼굴은 이 당시 조성된 불상에서도 나타나는데 불교가 민중에 다가온 케이스다. 이는 민간신앙의 장승과 선돌문화와 불교문화가 결합하여 나타난 토착화된 민중의 얼굴, 민불(民佛)이다. 절에 세우지 않고 절에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세웠다.
화순 벽나리 민불이 대표적이지만 전국 곳곳에서 발견된다. 충남 금산 계진리에 절에서 한 참 떨어진 느티나무 밑에 석불이 서 있는데 마을사람들은 이를 미륵이라 부른다. 이 미륵을 절로 옮기려 하자 마을에 재앙이 닥쳐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은 일화가 방송을 타서 화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