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마이북이 내놓은 <정치의 즐거움>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가 주말을 이용해 서른 시간 나눈 대담이 담겨 있다
오마이뉴스 권우성
게다가 대통령도 안 하는 반값등록금 정책을 당선되자마자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으로 실현해 내고, 논란만 거셌던 무상급식을 보란 듯이 실천해 보이는 추진력까지 있는 사람. 오연호가 그려낸 박원순의 모습이다.
정치가 즐겁지 않으면 떠난다?오연호 대표기자는 대선 패배 후 '멘붕'에 빠져 있을 48% 사람들에게,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 알고 보니 '일베'였다는 사실에 경악한 더 많은 사람에게 '그래도 제대로 된 정치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을 게다.
오연호가 만난 박원순 시장은 "시민참여 행정 실험, 마을공동체 만들기, 역사도시 보존과 활용, 시민 삶의 질 확보, 협동조합 지원, 원전하나 줄이기 등" 서울시가 역점을 두고 있는 일들이 "시대의 요구이자 화두"이면서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도 들어맞기 때문에 "신이 난다"고 표현한다. 그러고서 "재미가 없어지면 그때는 떠난다"고 단언한다. 이 책의 제목인 <정치의 즐거움>이 무엇을 말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오연호가 그려낸 박원순의 주위에는 나쁜 사람이 없다. 자신의 책임이 아닌데도 자신에게 항의하는 사람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정책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더 치밀한 정책을 짤 수 있게 해주니 "고맙고", 그를 반대할 만도 한 재향군인회 행사에서도 박수를 받는다. 정치가 그렇게 신나고 즐거울 수 있는 이유다.
그러나 정치가 항상 즐거울 수만은 없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인터뷰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국정원의 댓글 공작 대상에는 박원순 시장도 포함되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검찰이 국정원의 문서가 아니라고 발표했지만, 국정원 직원의 실명과 전화번호까지 구체적으로 나와 있던 문건의 목표는 '박원순 서울시장 제압'이었다. 한 언론은 박 시장의 정책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음해하는 수만 개의 댓글이 국정원 쪽에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을 찾아내기도 했다.
정책 반대야 박 시장의 표현처럼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지만, 악의적인 공세는 정치를 즐겁지 않게 만든다. 그리고 박 시장이 추진하는 여러 사업이 성공적일수록, 시민들의 사랑을 더 많이 받을수록, '공작 정치'는 더 노골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그래서 걱정이다. 그가 이런 진흙탕에서 재미없어 질까봐. 그래서 떠날까봐.
그의 야심, 말이 아닌 실천으로 드러내야박원순 시장은 벌써부터 차기 대권주자를 거론하는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물론 소위 야권 성향의 이들에게도 박원순 시장이 항상 좋은 평가만 받는 것은 아니다.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마을공동체 사업에 이런 저런 비판이 없지 않고, 최근 재추진을 결정한 경전철 사업에 대해서도 '토건종식' 선언과 배치되는 선거용 사업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선거를 무시할 수 없는 정치인의 한계상, 그 역시 뭔가 큰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의 눈초리도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