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위원인 새누리당 권성동 간사와 민주당 정청래 간사가 29일 특위 전체회의에서 증인 채택 문제 등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은 신기남 특위 위원장.
남소연
'국가정보원 국정조사'가 여야 합의로 정상화된 지 하루 만에 또 다시 표류하고 있다. 국정조사특위는 29일 청문회 증인·참고인을 채택하기로 했지만 새누리당의 발목잡기로 불발됐다. 새누리당이 김현·진선미 민주당 의원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압박에 두 의원이 17일 사퇴한 지 12일만의 일이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의 발목잡기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새누리당은 김현·진선미 의원의 증인 채택 주장으로 어깃장을 놓은 것이다. 민주당의 국정원 여직원 인권 유린을 부각시키려는 새누리당의 '물타기' 의도가 읽힌다.
국정원 국정조사의 목적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관련 경찰 수사의 축소·은폐 의혹이다. 이를 감안하면,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청장의 증인채택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의 억지 주장을 외면할 수 없다. 내달 7~8일로 예정된 증인·참고인에 대한 청문회를 정상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7월 31일~8월 1일에 증인채택이 완료돼야 한다. 민주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원세훈·김용판 줄게, 김현·진선미 내놓아라'26일 국정원 기관보고 공개 여부를 둘러싸고 새누리당이 국정조사를 보이콧하자, 민주당은 이틀 만에 새누리당의 비공개 요구를 사실상 수용했다. 민주당이 원활한 국정조사 진행을 위해 새누리당의 억지 주장에 양보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은 29일 특위에서 증인·참고인을 채택하기로 합의한 만큼, 향후 정상적으로 진행될 국정조사에서 성과를 내자를 입장을 내보였다.
하지만 민주당의 기대가 깨지는 데는 하루면 충분했다. 이날 증인·참고인 채택이 불발된 것이다. 국정조사특위 정청래 민주당 간사는 "권성동 새누리당 간사에게 여야가 공통적으로 증인·참고인 채택을 제안한 18명과 원세훈 전 원장·김용판 전 청장을 포함한 20명에 대해 오늘 의결하자고 했지만, 권 간사가 거부했다"고 강조했다.
증인 채택 불발에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청장을 증인으로 신청해야 한다,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정조사 범위의 (첫 번째와 두 번째 항목인) 가·나 항목은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청장으로 특정돼 있다, 증인 채택이 무산될 리가 없겠지만 증인 채택 과정에서 다른 협의를 한다는 것은 권한 밖"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국정조사 계획서에 따르면, 국정조사의 목적은 지난 대선 때 원세훈 전 원장이 이끈 국정원의 대선 개입과 김용판 전 청장이 주도한 수사 축소·은폐 의혹의 실체적 진실 규명으로 규정돼 있다. 국정조사 계획서는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하지만 권성동 새누리당 간사는 특위에서 "민주당과 국정원 직원의 매관매직 의혹과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인권 침해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도 중요하다, 민주당이 규명하고자 하는 것만 규명하고 우리 당의 주장이 밝혀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국정원 여직원 인권유린과 관련된 국회의원 11명에 대한 증인 채택을 수용한다면, 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의 증인 채택을 수용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현·진선미 의원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권 간사의 주장을 일축하면서 지난 대선 박근혜 캠프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었던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주중 대사도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간사는 "지난해 12월 16일 경찰이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허위 수사를 발표할 때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대사는 이미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명박 대통령 또한 원세훈 전 원장의 범행을 묵인하거나 지시했는지 가리려면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권성동 간사는 "정치공세"라고 일축했다.
새누리 또 다시 어깃장, 깊어지는 민주당의 고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