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구행렬이 정든 교정을 떠나자, 재학생들이 서로 부둥껴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유성호
기자들의 특종 집착은 유족, 학교, 조문객, 공주사대부고 교사들에게 추태를 부리는 일로, 이로 인해 많은 재학생들과 공주사대부고 동문들의 반감을 사는 것으로 이어졌다.
시작은 교내에 마련된 장례식장부터였다. 희생자가 발견된 지난 19일부터 기자는 닷새 동안 장례식장을 지켰다. 이곳에서 취재진들은 유족들과 학교 관계자들의 초상권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무리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에 분노한 유족들이 기자들에게 항의하는 장면까지도 언론은 기삿거리로 삼았다.
'사칭행위'도 확인됐다. 학생들과 동문들이 페이스북 등지에서 추모의 글을 올리며 정보를 공유하자 기자들은 동문과 학생인 척했다. 공주사대부고 동문들은 사건이 일어나자 그들의 프로필 사진을 국화꽃으로 바꾸고 5명의 고인을 추모했다. 그러자 기자들은 이 점을 이용해 프로필 사진을 국화꽃으로 바꾸고 학생들의 페이스북 비공개 페이지, 학생회 페이지 등등에 가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비공개 페이지의 글들이 '비공개'라는 단어가 버젓이 있는데도 캡처돼 인터넷에 나돌았으며,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학생들은 반발하였다.
공주장례식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취재진들은 큰 소리로 특종이라며 떠들고 통화하는 것도 모자라서 웃고 떠들었다. 제자를 잃은 2학년 학년부장이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데 그 교사의 실명을 거론하며 욕을 했을 뿐만 아니라, 장례식장에 상주하며 상례객들을 위한 음식을 먹고 가곤 했다. "행사가 있을 때 애들이 엄청 울 거니까 잘 찍으라"는 한 기자의 말은 모든 이들을 분노하게 했다. 영결식을 행사라고 표현한 것도 모자라서 저런 말을 재학생과 조문객들이 다 듣고 있는 상황에서 하다니. 또 고인들에게 분향하는 모습을 취재한다며 학생들에게 재분향을 요구하기도 했다.
가장 심각했던 것은 종합편성채널 기자들이었다. 한 기자는 분향소에서 갑자기 의자를 밟고 올라가 마이크를 들고 중계를 했을 뿐만 아니라, 친구의 죽음으로 슬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지금 왜 우는 건가요?"라는 식의 인터뷰를 시도했다. 또 다른 종편의 한 기자는 유족과 영정 사진을 너무 많이 찍는 바람에 유족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학교에 있는 학생들조차 하도 기자들에게 시달린 탓에 카메라를 들고 나타난 동문에게 '기자냐'고 따지거나 교내 기자 대기실 칠판에 '기사를 제발 똑바로 써주세요'라고 써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기자들은 고인의 물품을 뒤지는 한편 지나가던 학생들에게 사진 촬영을 위한 자세를 요구하기도 했다.
또 숨진 학생 가운데 한 명의 일기장이 인터넷에 공개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기장 자체가 사라져 그 학생의 부모는 기자들에게 자제하고 일기장을 찾아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개인의 일기장을 인터넷에 공개했을 뿐 아니라, 기자들이 이리 찍고 저리 찍는 과정에서 일기장 자체가 사라져 유족들의 공분을 산 것이다. 일기장을 찾아달라며 눈물로 호소하던 부모는 어렵게 아들이 남긴 일기장을 찾았다.
'태안의 비극' 전날까지도 해병대 캠프 극찬하더니...해병대 캠프는 그간 성행해 왔다. 학교뿐만 아니라 기업과 구리시, 보은군, 충청북도 등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교육청에서도 주관했다. 당장 인터넷 포털 뉴스 기사에서 기간을 2013년 7월 17일까지로 제한하여 검색을 하면 수많은 단체에서 해병대를 간 사실이 줄줄이 나열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 기사를 읽어보면, 언론들은 그동안 글로벌 인재, 리더십, 역량 강화, 우애, 팀워크, 정신 등등 온갖 현란한 말로 이러한 해병대 캠프를 극찬하고 있었다.
대구의 한 학교에서 소위 불량학생들을 해병대 캠프에 보냈더니 학교 일진이 모범학생으로 변했다는 기사도 매스컴을 탄 적이 있다. 또 어떤 신문에선 현빈 효과라며 해병대 캠프를 치켜세웠고, 불과 태안에서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나기 하루 전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이 포항, 안산, 무주, 태안 등에서 열린 해병대캠프에 갔다 왔다. 신문에선 리더십을 함양한다느니, 인내심을 가지게 된다느니, 자신감을 갖게 된다느니, 왕따 문제와 일진 문제가 해결된다느니 하며 치켜세웠다. 또 사설 해병대 캠프 프로그램들은 '복합민간군사기업'이라고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사고가 터지자 이제 그 시설들은 '해병대 사칭 캠프'가 되어 버렸고, '안전하지 않은 사설 캠프'가 되어 버렸다.
문득 '만두 파동'이 생각이 났다. '만두 파동'은 지난 2004년 특정 유명 만두업체에 썩고 곰팡이 난 단무지로 만들어진 만두소가 공급되었다는 사실을 언론이 뻥튀기 보도하면서 벌어졌다. 국민들은 그 이듬해까지는 만두 제품을 기피하였고, 해외 수출도 줄줄이 취소되었다. '썩은 만두'와 전혀 상관없는 중소식품회사에까지 불똥이 튀어 많은 영세만두업체들이 줄도산했고, 당시 2천억 원이 넘는 만두시장의 전체 매출이 몇 년간 절반 이하로 떨어졌었다.
그러나 만두 파동으로 식품업계에 파장이 계속 일어나는데도 언론은 과장 보도와 처벌 주장만 일삼았을 뿐, 이후에는 만두 파동 자체를 다루거나 그 근본 원인을 조명하지도 않았다. 언론에게 이 사건은 억측성 기사를 양산해 내는 특종의 하나였을 뿐이다.
언론은 리더십 함양에 좋다며 극찬을 하다가도 안전문제가 불거져 나오니 미인가에 안전하지 못한 캠프 시설이라고 비난하는 박쥐 같은 행태를 보이기 전에, 그동안 숱한 사람들과 학생들이 다녀가는 캠프 시설에 대해 안전 수칙은 잘 지키고 있는지, 시설은 제대로 되어 있는지 한 번이라도 제대로 살필 생각을 먼저 했어야 한다. 리더십을 기를 수 있다며 호들갑 떨다 비극적 사건 이후로 해병대 캠프의 안전 점검에 대해 주장하고 있는 모습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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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 학생에 "왜 우나요?"... 기자님들 정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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