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꽃. 무꽃은 냉이꽃,꽃다지 등과 함께 대표적인 십자화과 식물이다. 십자화과 식물은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사강웅예(6개 수술 중 4개가 발달한)라는 것이다.
김현자
사강수술이란 수술이 6개인데, 그중 안쪽 4개가 길고 바깥쪽 2개는 짧은 것으로, 이를 가진 것은 바로 십자화과다. 꽃잎 4장이 열십(十)자 모양 배열되어 십자화과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열십자 꽃을 가진 식물 중에 십자화과가 아닌 식물도 많다. 예를 들어, 용담과의 두메용담, 물푸레나무과의 개나리, 마전과의 벼룩아재비는 꽃잎이 꽃잎 4장이 열십자 모양을 하고 있지만 통꽃(합판화)이라 십자화과와 다르고, 바늘꽃과의 달맞이꽃은 열십자의 갈래꽃이기는 하나 씨방(자방)이 하위라 다르다. 그렇다면 십자화과는? 다른 특징을 열거할 필요없이, 꽃잎 4장이 열십자로 배열되어 있으면서 수술이 사강수술이다. 따라서 사강수술은 십자화과에서밖에 찾을 수 없으니, 사강수술만 알면 바로 십자화과이다(사상수술을 보고 십자화과인 것을 모르면 낫놓고 ㄱ(기역자)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 <한국의 식물 가족들>에서
그런데 정말 아쉬운 것은 개나리가 물푸레나무과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 대부분 왜 개나리가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지, 물푸레나무과의 특징이 무엇인가를 알지 못한다는, 도감에 그리 적혀있으니 특징도 모른 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어떤 꽃인지 물어보는 순간 척척 알려주는 몇 사람에게 궁금한 마음에 그간 궁금했던 몇몇 식물들의 '-과'에 대해 물어봤을 때 그 특징을 아주 조금이라도 설명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사실 이처럼 꽃이나 나무 이름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식물 각각이 속한 '-과'의 특징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한 것처럼 그간 정말 많은 식물도감들이나 관련 책들이 많이 출간되었지만 이처럼 '-과'를 주제로 한 책은 이제까지 나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지라 이 책의 출간 의미다 남다를 수밖에 없겠다.
<한국의 식물 가족들>은 전체적으로 각 '-과'만의 특징을 명확하게 설명하는 한편 각 '-과'에 속한 '-속'이나 '-종'들을 계단식으로 배열하는 방식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식물을 좋아하거나 공부하는 사람들이 한 식물이 속한 '-과'나 '-속', '-종'을 효율적으로 인식하고 필요할 때 쉽게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간의 이런저런 식물도감들에서 느꼈던 아쉬움 중 하나는 지나친 한자용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뜻인지 짐작할 수도 이해도 쉽지 않은 한자용어는 물론 비전문가인 내가 보기에도 우리말로 풀어써도 괜찮을 것 같은데 구태여 고집한 한자용어에 대한 그런 아쉬움 말이다.
민테=전연, 톱니테=거치연, 나사모양=나선, 잎자루=엽병, 잎끝=엽두, 여윈과=수과, 살찐과=장과, 송편과=골돌과, 곧은꽃차례=총상화서, 갈래꽃차례=기산화서, 테씨자리=변연태좌, 들창열림=판개, 부리꼬리=거, 모여나기=총생, 갈래꽃=이판화, 통꽃=합판화, 고리모양=환상, 자웅동주=암수한몸, 바퀴혈=폭상…. - <한국의 식물 가족들>에서위는 저자가 시도한 식물용어 한글화 일부를 옮긴 것이다. 책은 내용에 앞서 식물분류 용어 모두(아마도)를 11쪽으로 소개한다. 괄호 속 '전연'이나 '거치연', '총상화서', '기산화서' 등은 이제까지의 식물도감이나 관련 책들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한자용어이고, 앞세운 '민테'나 '곧은꽃차례', '갈래꽃차례' '나사모양' 등은 저자가 이 책을 집필하면서 본격적으로 시도한 식물 분류 용어의 한글화에 따른 용어들이다.
이 책의 출간이 의미 있는 이유 또 하나는 이와 같은 '식물 분류 용어의 한글화 본격적인 시도'이다. 식물 분류 학자로 평생을 강단에 섰던 저자가 시도한 식물 용어 한글화에 의한 용어만으로 어떤 모양의 꽃인지 꽃의 특징이 훨씬 쉽게 이해됨은 물론이다.
풀과 나무를 좋아하는 독자로서 바라건대, 이 책의 식물 용어 한글화 시도가 식물분류학뿐 아니라 식물 관련 책들이 한글 용어를 쓰도록 선도하는 책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수술은 꽃실과 꽃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꽃밥의 꽃밥부리 안에서 꽃가루가 만들어진다. 꽃가루는 식물의 수생식기로 한개의 꽃가루 안에는 2개의 정자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꽃가루는 곤충이나 여러 가지 매개체에 의해 암술에 전달되고, 그 속의 정자는 난자와 수정하게 된다. 암술은 밑에서 위로 가며 씨방, 암술대, 암술머리의 세부분으로 되어 있다. 꽃가루기 암술머리에 전달되면 꽃가루에서 꽃가루관이 나와 정자를 싣고 암술대를 타고 내려가 씨방 속의 밑씨 속으로 들어간다.(…)암술은 수정 후에 성숙해서 열매가 된다. 열매는 씨방벽이 열매의 껍질 즉 과피를 만들고 밑씨는 씨(종자)를 만든다. 따라서 열매는 씨방이 있는 속씨식물만 만든다. 겉씨식물은 씨방이 없기 때문에 열매가 없다. 예를 들어 은행과 살구가 비슷해 보이지만 은행은 씨고 살구는 열매다. - <한국의 식물 가족들>에서모든 '-과' 설명은 이처럼 관련 공부를 전문적으로 하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알지 못하지만 아마도 궁금해 했을 관련 지식들과 함께 정리했다. 게다가 함께 속한 '-과' 식물들의 사진까지 풍성하게 곁들이고 있다. 이 또한 이 책의 장점들이다.
솔직히 이 책에서 이 부분을 읽기 전까지 가을마다 노랗게 익는 은행들이 씨앗이 아닌 열매라고 생각하고 있던 터였다. 아마도 오래전에 학교에서 은행나무가 겉씨식물이란 걸, 겉씨식물은 열매를 맺지 않는다는 것도 배웠을 것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우린 왜 은행을 씨앗보다는 열매로 먼저 생각하는 걸까?
책을 읽다가 잘못 쓰이고 있는 '은행 열매'란 용어를 계기로 몇 사람에게 '열매와 씨앗'에 대해 물어보니 살구나 감, 사과 등처럼 큰 것 열매, 그렇지 못한 것은 '씨앗'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씨앗이나 열매나 같은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게다가 은행 열매든 씨앗이든 구분할 필요가 있나?고 따지듯 반문하는 사람도 있었다.
사실 식물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는 일반인들에게 열매든 씨앗이든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을이면 노랗게 익는 은행이 씨앗이라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것과 알고 있는 것의 차이는 클 것이다.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이나 가까운 장래 식물관련 전공자가 될 청소년들에게 제대로의 지식이나 바람직한 용어사용은 매우 중요할 것 같다.
아마도 진즉에 이처럼 각 식물이 속한 집안이랄 수 있는 '-과'나 '-속', '-종'의 특징들을 제대로, 그리고 명확하게 설명하거나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들이 나왔더라면 훨씬 많은 식물학자들이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금처럼 자연과학이 홀대 당한다는 한숨도 은행 열매'처럼 우리 사회에서 당연한 듯 쓰이는 오류들이 훨씬 적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우리의 식물학도 훨씬 발전하지 않았을까?
참고로 저자는 그간 대학에서 식물분류학 연구와 후진 양성에 힘써왔다. 그간 쓴 몇 권의 책중 대중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책으로는 식물들의 치열한 생존과 번식을 위한 진화를 다룬 <식물의 역사>(지오북 펴냄)가 있다. 그리고 저자에 의해 그 존재와 실체가 밝혀진 식물들은 긴산개나리, 털산개나리, 태백개별꽃, 섬모시대, 외대잔대, 그늘모시대, 붉노랑상사화, 중느릅나무, 왕골무꽃, 곤연지골무꽃, 비바리골무꽃 이렇게 11종이라고 한다.
한국의 식물 가족들
이상태 지음,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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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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