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불렸던 정권 최고 실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유성호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이자 '방통대군'으로 행세하면서 최시중씨가 KBS 수신료 인상을 주장한 것은 비단 그 자리에서 뿐이 아니었다. 그는 국내에서든 외국에서든 틈만 나면 수신료 인상을 언급했다.
2010년 1월 4일 기자들과 신년인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최시중씨는 KBS 수신료 인상을 끄집어냈다. 인상폭과 관련해 그는 "시청자와 KBS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월 5천원∼6천원이 상식적인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2500원인 시청료를 두배 이상 대폭 올릴 것을 제안했다. 물가상승으로 서민경제가 악화된 상태에서 준조세인 수신료 인상을 방통위원장이 고집한 배경에 대해 여러가지로 의구심이 제기됐다.
지상파방송 및 종편·보도PP 정책, 방송통신사업자의 금지행위 위반시 조사·제재, 방송통신 이용자 보호정책 수립·시행, 개인정보보호정책 수립·시행 및 불법유해정보 유통방지, 방송광고, 편성 및 평가정책 수립·시행, 미디어 다양성 정책 등 국가의 중요한 언론정책을 다루는 방통위 수장이 특정 방송사의 수신료 인상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방통위원장은 MBC와 KBS의 사장을 뽑는 이사진을 추천하는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로 인해 MB정권은 초기부터 공영방송사의 지배구조와 운영에 강력한 지배력을 가졌고, 공정성과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방통위원장이 공영방송 수신료 인상을 자주 거론한 것은 방송사 지배구조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을 이용해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친위대 사장을 낙하산으로 잇따라 투하함으로써 방송의 생명인 공공성과 독립성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온 것이 이를 방증한다.
거기에다 이명박 정권은 권력창출에 기여한 보수신문들에게 종합편성채널(종편)의 날개를 달아줬다. 결국 KBS 시청료 인상은 전파의 주인이자, 납세의 주체인 국민을 볼모로 권력창출 및 권력 유지를 도모하려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알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시청료 인상에 반발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 지금도 KBS 수신료 인상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가일층 고조되는 양상이다. 지난 대선에서 51.6%대 48%로 승리한 여당과 박근혜 정부는 지난 정권에서 추진하려다 실패한 KBS 시청료 인상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경재 방통위원장의 고집
"KBS 수신료 인상은 내 기본 철학."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친박실세', '제2의 최시중'이란 논란 속에 등장한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임명 이후 줄곧 수신료 인상을 들먹이더니 최근에는 자신의 철학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그는 오래전부터 KBS 수신료를 인상시키고, 광고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온 데 이어 23일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조직을 정비한 지 100일을 맞아 "KBS의 공정방송을 위해 수신료를 높이고, 광고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내 기본철학"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