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안녕, 마이 버터플라이>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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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김정숙 데뷔 50주년 기념으로 창작극을 준비하다가 엎어져서 결국 데뷔작이었던 <굿나잇, 마더>를 무대에 올리기로 하고 연습하는 장면, 아들인 연출가 '민영'이 쓰다만 미완성 창작 대본의 내용, 그리고 이들 모자의 갈등 속에 드러나는 가족의 이야기가 중첩되어 있다.
무대 밖에는 모르는 엄마를 둔 아들과 딸, 아내와 엄마이면서 여배우이기도 한 여자, 이들이 일상의 삶 속에서도 서로 조화를 이루기에는 그 재능과 열정이 너무 컸나보다. 그러니 모두가 아프고 괴롭다.
거기다가 엄마와 같은 배우의 길에 들어섰으나 엄마의 반대로 좌절하고, 결국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딸이 있으니 남겨진 엄마와 아들의 아픔과 갈등은 더 깊어지고 오해는 영영 풀 길이 없어 보인다.
공연 연습을 하는 연극 <굿나잇, 마더(잘자요, 엄마)>는 딸이 엄마에게 잘자라는 인사를 남기고 자기 방으로 가 자살하는 내용이니 김정숙이라는 배우의 데뷔작이라는 의미를 넘어 엄마와 딸의 관계는 물론 딸의 죽음까지 다 합해서 묵직함을 던져준다.
김정숙의 돌아가신 어머니, 김정숙, 죽은 딸로 이어지는 모녀 3대의 삶과 각자 꿈꾸었던 길, 가지 못한 길이 서로 얽혀들면서 이 땅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과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중간 중간 김정숙의 입을 통해 듣는 대사는 50주년 창작 연극으로 우리 앞에 선 '손숙'이라는 배우가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 그의 일생이 담긴 말이 아니었을까.
"...무대가 인생의 축소판인 게 아니라 무대가 그냥 인생이었어...무대 위에서 자신의 실체를 백 퍼센트 보게 되는 순간이 오는데, 그런 고통이 어디 있겠어..."우리는 신 혹은 운명 혹은 팔자라 이름 붙여진, 누군가에 의해 쓰여진 희곡대로 이 인생을 살아가는 것일까? 아니면 내 인생의 희곡을 내가 한 줄씩 쓰고 한 장면씩 연기하며 살아가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50년 동안 한 길을 걸어온 배우를 보며 그의 온몸에서 풍겨나오는 멋과 맛을 우리가 맘껏 누릴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 복이다. 큰 즐거움이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내 나이 칠십에 나는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떤 모습으로 내 살아온 삶을 고스란히 드러내보이게 될지 두렵기만 하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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