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지츠 지역 탄광건설 현장
Gemeinde Schenkendobern
이것이 첫 번째 강의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강의를 들었던 프로심 및 벨초프 지역주민들은 바텐팔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의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시민의 경우 스웨덴 기업인 바텐팔이 지역에 도움을 주기보다 지역민을 착취하고 이윤추구를 통해 독일의 국부를 유출한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또한 바텐팔의 로비에 넘어간 정치인 및 지역 유지에 대한 불만 및 정치권의 소극적 태도에 대해 질타를 쏟아내기도 했다. 하트무트 횜베어크씨는 "이 마을에서 직접민주주의 및 지방자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한탄했다.
소수민족인 소르브인의 문화를 보호하라! 강의가 끝나고 도로테씨는 한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느냐고 물었다. 난 '원전 마피아'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 한국의 원자력 발전소에 불량부품을 조달한 사건 그리고 비리에 연루된 한수원 직원들이 구속된 사건은 독일 언론에서도 주요하게 다루어진 내용이었다. 사건 개요를 듣고 도로테씨는 "독일과 한국 모두 전기 마피아로 인해서 애꿎은 서민들만 고생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야기가 끝나고 태양열로 만든 머핀 후식을 맛봤다. 후식에 적혀 있던 "CCS는 더 이상 안 된다"는 문구가 인상적이었다. CCS는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arbon capture and storage)을 의미한다. 후식을 준비한 활동가는 "바텐팔이 노천채굴이 문제가 없다고 근거로 내놓는 기술이 CCS"라면서 "CCS기술은 이산화탄소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오히려 토양 및 지하수의 산성화를 야기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태양열은 무공해에다가 최근 태양전지판 단가가 싸지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 꼭 필요한 에너지라고 언급했다. 이어 오후 강의 후에 태양열 야채카레도 준비하고 있으니 꼭 시식하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후식을 먹고 오후 강의를 들었다. 제목은 '자치: 소르브인과 유럽 내의 소수집단들'.
왜 하필 소수집단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라우지츠동맹 총재이자 에너지 아우타크 라이프치히에서 근무하는 하네스 빌헴-켈(Hannes Wilhem-Kell)씨가 나누어준 자료를 보고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거기에는 탄광으로 인해 136개 마을이 파괴되고, 3만 명의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게 되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흥미로운 내용은 유럽의회 소수집단위원회(Minderheitenausschuss des EU-Parlaments)에서 2012년 7월 5일에 콧부스 주변 마을 지역에 대해 소수집단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라우지츠동맹이 건의했다는 것이다. 왜 소수집단 보호구역이었을까? 하네스 빌헴-켈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유럽의회에는 EFA(유럽자유동맹: Europäische Freie Allianz) 라는 정당이 있습니다(현재 7석을 차지하고 있는 소수정당임). 이 정당의 경우 소수민족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정당입니다. 저도 이 정당과 교류를 하고 있는데요(실제 라우지츠 동맹의 경우 EFA의 옵저버정당으로 등록되어 있다). 콧부스 주변 지역 경우 7만 여명의 소르브인이 있지요. 현재 노천채굴로 인해 천여 년 동안 이 지역에서 유지된 소르브인의 문화 및 소르브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는 이들의 자치권도 위협받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앞서 텐트에서 필자가 봤던 폴란드어 비슷한 문구는 소르브어이다. 또한 이 지역의 교통표지판 및 기차역 이름도 독일어와 소르브어가 병기되어 있다. 또한 라이프치히 대학에 소르브어 전공 및 교육학과도 있다고 한다(후에 소르브 문화에 대해 조사해봤는데, 이들의 기록은 6세기 유럽 민족 대이동 때부터 시작된다. 9세기의 소르브인들은 오데르강과 나이세강 양안으로 강력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라우지츠라는 지명도 사실 이 일대에 거주한 옛 서슬라브민족에서 유래한다).
대안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