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날씨에도 땀흘리며 달리는 젊은 라이더의 모습이 보기 좋다.
김종성
더운 날씨에 3명까지 탈 수 있는 인력거를 이끄는 20대 초반 젊은 라이더의 얼굴엔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지만 표정은 밝아서 좋다.
손님을 태우고 달리는 인력거꾼들은 체력 테스트를 통과하고 훈련받은 숙련된 라이더들이라고 한다. 잔근육이 새겨진 탄탄한 다리와 까맣게 탄 양팔뚝이 그 증거. 총 6대의 인력거 유지 보수도 직접 한다니 자전거 전문가가 다 됐겠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나는 뒷좌석보다는 앞에 있는 자전거에 올라타 달리고 싶어져, 앞에 타고 달릴 수 있는 이벤트 좀 해달라고 제안을 했더니 싱긋 웃으며 올 가을에 한번 하겠단다.
중국 베이징에서는 인력거꾼들이 나이가 좀 있는 아저씨들이라 그런지 무더운 여름날 인력거를 이용할 땐 좀 미안했는데, 아띠 인력거의 라이더는 모두 젊은이들이라 그런지 덜 미안할 것 같다. 게다가 마음에 드는 풍경을 마주쳤을 때 기념사진을 찍어달라거나, 이채로운 장소를 보면 언제든지 물어볼 수 있다고 하니 골목 여행이 더욱 풍성해지겠다.
이렇게 인력거꾼은 달리는 것만 하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동네나 명소, 명물에 대한 설명을 하는 여행 가이드를 하기도 한다. 특히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삼청동이나 인사동, 한옥마을을 지나갈 땐 내외국인을 막론하고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과 카메라 세례를 받기도 하니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어디서 인력거를 만들었나 물으니, 이런 인력거를 만드는 공장이 국내에는 없어 수소문 끝에 중국까지 찾아가 주문제작을 했다고 한다. 아띠인력거 SNS 사이트에 소개된 기사를 보니, 그렇게 멀리까지 찾아가서 힘들게 만들어 왔지만 처음에는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한다. 그러다 최근 한국관광공사에서 주최하는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후로는 관심을 보이는 매체들과 지자체들이 많이 생겼단다.
지난 4월엔 군산에서 열린 두레누리 축제에 참여해 지자체 행사에 처음으로 인력거를 선보였다(관련기사 :
"인력거 타고 옛날 거리로 시간여행을..."). 앞으로 서울뿐만 아니라 경주, 부산, 전주, 대구 등에도 인력거가 돌아다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나 또한 차보다 자전거 타기를 좋아해서인지 20대의 젊은이들이 언덕길 많은 동네에서 페달질을 하느라 땀을 흘리고, 직접 인력거를 수리하는 모습이 흐뭇하고 절로 맘속으로 응원을 보내게 된다.
인력거가 주로 다니는 길은 '역사탐방 코스'와 '로맨틱 코스' 두 가지가 있다. 이렇게 정해진 코스 외에도 택시처럼 순수한 교통편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얼마 전 알게된 청계천 옆 자전거도로를 알려주며 새 코스로 추가해 보라고 했더니 인력거꾼이 반색을 한다. 청계천변의 동묘벼룩시장에서 한강까지 자전거도로가 나 있는데 인력거의 새로운 코스로 태어났음 좋겠다. 정동길, 청와대 앞 길, 경복궁 영추문 앞 도로변 등에도 자전거도로가 생기면 인력거는 도시의 명물이 될 듯싶다.
서울 종로의 오래된 골목길을 누비는 정답고 친한 친구 같은 인력거는 매주 금, 토, 일에 운영을 하며, 미리 전화를 하여 장소와 시간을 예약하거나, 운좋게 현장에서 빈 인력거를 마주치면 바로 타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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