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옻닭 삼계탕이라 색깔이 더 노르스름합니다.
임현철
밑반찬으로 마늘장아찌, 고추, 양파, 돌산갓김치, 배추김치, 소금, 된장, 무 물김치, 무장아찌 등이 나왔습니다. 사실, 삼계탕은 고추와 양파만 있어도 좋습니다. 하여간 나오는 거니 먹어야지요. 게다가 돌산의 특산물 돌산갓김치까지 나오니 금상첨화입니다. 또 돌산 식으로 투박하게 담은 물김치가 맛있습니다.
주 메뉴가 나왔습니다. 옻 삼계탕을 먹기 전 준비자세가 필요합니다. 따끈따끈한 옻닭 삼계탕 뚝배기 그릇에 얼굴을 바짝 대고, 옻 향기를 맡습니다. 스멀스멀 밀려나오는 옻 향과 닭 내음이 코를 간질입니다. 이는 양식을 먹을 때 주 메뉴에 앞서 먹는 스프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속을 준비시켜야 뱃속 놀람이 줄어드는 이치랄까요.
"어~, 시원타~~~."지인이 옻을 넣어 끓여 노르스름한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어가며 한 숟갈 떠 한 입 마시고서 말했습니다. 뜨거운 걸 먹으면서 '시원하다'고 하는 건 우리네 역설입니다. 맛의 역설을 알아야 삶의 깊이가 있는 것이랄까. 이건 복날의 역설이기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하나 생각나는 말이 있습니다.
어른들이 목욕탕의 뜨거운 온탕 속에 몸을 담근 디 때를 불리며 내뱉는 한 마디, "어~ 시원타~~"와 같은 이치지요. 우리 선조들은 이열치열의 운치를 어느 민족보다 즐겼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우리선조들에게 역설은 곧 '해학'인 셈입니다.
토실토실한 닭 한 마리를 후다닥 해치우니, 힘이 불끈 솟는 것 같습니다. 물론 기분입니다만 이건 고기 먹은 후의 포만감일 뿐이지요. 고기는 천천히 잘근잘근 꼭꼭 씹어 먹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야채는 천천히 씹어 잘 넘기는데….
어쨌든 자기 몸에 맞는 보양식을 먹는 것도 현명한 여름나기의 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