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시설공단 내부게시판에 올라온 모 처장의 공개 반성문
심규상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반성합니다""…깊이 반성합니다"한국철도시설공단 김광재 이사장이 일부 간부들에게 공개 반성문을 강요해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시설공단 내부 게시판에는 잇달아 3건의 반성문이 올라왔다.
오전 11시 47분경에는 모 처장 명의로 "국교부로 부터 모 역사위치를 통보받은 바 있다"며 "즉시 경영진 보고를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되도록 해야 했으나 안일한 생각으로 보고를 3일 간 지연시킨 바 있다"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공단의 모든 임직원은 경영진의 판단착오와 공단에 누를 끼침을 각별히 유념하여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당부 글도 곁들였다.
오후 1시 40분경에는 모 처장이 "입찰이 임박해서까지 입찰금액을 확정하지 못하는 등 업무 처리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며 "결과적으로 수주에 좋지 못한 영향을 남길 수 있었던 점에 대해 반성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오후 4시경에는 모 처장이 "협약체결건과 관련 사전보고 없이 관계기관 협의를 진행, 추진계획 보고시 수정 보완을 지시받은 바 있다"며 "이 점 깊이 반성한다"는 게시 글을 올렸다.
때 아닌 반성문 행렬에 내부 직원들이 '뜨악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기반성이 강제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직원은 "오늘 아침 확대간부회의에서 김광재 이사장이 몇몇 처장들을 강하게 질책하고 내부 게시판에 반성문을 쓰라고 지시했다"며 "업무상 질책을 할 수는 있지만 자기비판을 강요하고 내부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반성문을 올리도록 한 것은 권위적일뿐만 직원들의 인격을 고려하지 않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시설공단의 또 다른 직원도 "초등학교에서나 있을 법한 반성문 성격의 글을 보고 놀랐다"며 "자기반성이라면 모르겠지만 경영진의 지시에 의해 공개 자아비판을 강요 당한 것이라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이 같은 지시사항이 있었는지 확인 차 철도시설공단 측에 연락을 취했으나, "알아보겠다"라는 말뿐 현재까지 답변이 없는 상태다.
한편 철도시설공단은 김 이사장 취임직후인 2011년 가진 제2창립 선언식 자리에서 20명의 간부들이 자아비판 및 충성서약을 해 '조직문화'가 경직됐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공유하기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이번엔 '공개 반성문' 논란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