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35동 옥상에는 텃밭이 있다. 텃밭에는 상추·깻잎·방울토마토 등이 심어져 있고 한편에는 꽃과 나무가 있는 정원도 있다
박선주
섬에서는 물을 물 쓰듯 쓰는 경우가 드물다. 특히 제주도에서 물을 퍼오는 일에는 부잣집가난한 집의 구별이 없었다고 한다.
조선 22대왕 정조는 즉위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빗물을 관리하는 일이었다. 1778년 정조 2년에 제정된 '제언절목(堤堰節目)'에는 수 천년 동안 축적된 선조들의 물 관리 비법이 나타나 있다.
제언절목에 따르면 '물 관리'는 지방관리의 의무였는데 이를 소홀히 할 때는 가차 없이 문책했다. 빗물관리 시설의 기록 또한 충실히 해야 했다. 이를 통해 빗물관리에 신중을 기했고 온 백성이 참여토록 했다.
비가 너무 안 오면 가뭄이 들고, 너무 많이 오면 홍수가 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아주 중요한 것이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 빗물관리는 한 곳에 물을 가두는 집중형으로 돼 있지만 이를 분산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유는 한 곳에 너무 많은 물을 가두려하다보니 비용이 많이 들고 한번 넘치면 재앙수준의 자연재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곳곳에 분산시키면 멀리서 물을 끌어 올 필요 없이 자급자족할 수 있어 경제적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울대 35동 옥상 텃밭은 왜 오목할까?그 예가 서울대 35동(건설환경공학부) 건물 옥상에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이 건물의 옥상 2016m² 중 840m²를 녹지로 바꿨다. 기존의 건물에서도 빗물 활용은 가능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여름철이면 이 건물 옥상의 콘크리트 바닥 온도는 50~55℃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옥상 녹지화 이후 꽃밭 위의 온도는 24~25℃ 수준에 머문다.
한 교수는 "옥상 녹지화를 하기 전에는 55℃에 이르던 옥상 기온이 녹지화 후에는 맑은 날에도 24~25℃ 가량을 보이고 있다"며 "옥상정원 조성 후 이전에 비해 건물 내부의 기온도 내려가 냉방에너지 절감 효과도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옥상정원을 만들면서 바닥에는 방수용 우레탄·아스팔트·방수용 시트를 차례로 입히고 홈이 많은 배수판을 설치했다. 비가 오면 배수판에 빗물을 저장하고, 비가 오지 않을 때 이 빗물은 마른 흙에 공급했다.
그는 "840㎡에 달하는 이 텃밭·꽃밭·정원은 하루 40㎜의 빗물을 머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름철에 건물이 시원하면 전력수요도 줄일 수 있다. 옥상녹화에 따라 그냥 방치되던 빗물 유출량이 줄어들었고 건물의 온도상승 억제 효과도 얻었다. 녹색 식물이 많아지면서 주변의 대기오염도 완화됐다고 한다.
옥상녹지화에서 중요한 것은 땅을 고를 때 오목하게 조성해야 한다는 것. 옥상정원의 흙을 평평하게 하거나 볼록하게 하면 빗물이 고이지 못하고 흘러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목하게 하면 물이 어느 정도 고여 있어서 해가 뜬 후에도 상수도 물을 주지 않아도 된다.
옥상정원은 구역을 나눠 '꽃밭'과 나무를 심은 '정원', 방울토마토·상추·가지 등의 채소를 기르는 '텃밭'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조성된 텃밭은 교수·학생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에게 분양해 지역사회와 교류도 넓혀가고 있다.
한무영 교수는 "빗물을 지금까지는 버리는 대상으로만 여겼고, 심한 경우 홍수를 일으키는 대상으로 알고 있었지만 생각을 바꿔야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강우가 불규칙하고 산지가 많은 자연조건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성공한 빗물관리 시설 및 기술은 세계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며 "더 많은 지역에서 빗물을 모아 생활용수로 사용하고,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지하에 침투시켜 지하수를 보충 하는 등의 방법으로 빗물을 관리하면 홍수나 가뭄도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무영 교수는 |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토목공학과 학사·석사 ▶미국 텍사스 오스틴 주립대학 공학박사 (환경공학 전공)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빗물연구센터 소장 ▶소방방재청 정책심의 의원 ▶빗물학회 회장 ▶대한 환경공학회부회장 ▶(사)빗물모아 지구사랑 대표 ▶IWA PIA 세계상 수상(2012.9) ▶국가녹색기술대상 환경부장관상 수상(2010.2) <저서>▶한무영 교수가 들려주는 빗물의 비밀(2010) ▶지구를 살리는 빗물의 비밀(2009)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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