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체험캠프에서 학생들이 훈련을 받는 모습
경기도교육청
저는 1989년 9월 군에서 제대했습니다. 1990년부터 93년까지 교회에서 전도사 생활을 했습니다. 해마다 이맘때이면 주일학교(초등학교)는 성경학교, 중고등부는 수련회를 했습니다. 1990년 당시 부산 한 교회에서 전도사로 있었습니다. 노회 연합수련회를 했는데 학생들이 300명쯤 됐습니다. 프로그램 중 '정신교육' 시간이 있었습니다.
산중턱에 있는 숙소에서 산꼭대기까지 약 2km 거리를 구간별로 '오리걸음', '달리기', '어깨동무'하고 일어서고, 앉기 같은 일을 했습니다. 선생님들은 기다란 막대기를 하나씩 들고 호령했습니다. 그때는 당연한 것을 생각했습니다. 91년도에는 다른 교회 주일학교를 맡았는데 성경학교를 하면서 아이들을 오리걸음을 걷게 했습니다. 아이들 정신교육을 그렇게 시켰습니다.
한 명도 "안 된다"고 말하는 이가 없었습니다. 그 더운 여름에 아이들을 오리걸음을 시켰으니, 제정신이 아니었던 거죠. 교회에까지 군사문화가 뿌리 깊게 내렸음을 알 수 있습니다. 군생활을 하면서 폭력을 많이 당했습니다. 심지어 나무에 매달려 50대까지 맞았습니다. 그런데 제 손에 몽둥이가 들려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앞에 두고 말입니다. 91년 그때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어떤 선생님들은 정신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단박에 잘랐습니다. 91년 이후부터는 정신교육 'ㅈ'도 꺼내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요즘 교회들은 이런 행사를 하지 않습니다.
"아동은 평화와 존엄, 자유, 평등 정신에서 양육 받을 권리"1989년 11월 20일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유엔아동권리협약'(대한민국,1991년 가입) 전문에는 "아동은 사회에서 한 개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되어져야 하며, 국제연합 헌장에서 선언된 이상의 정신과 특히 평화, 존엄, 관용, 자유, 평등, 연대의 정신 속에서 양육되어야 함을 고려"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그리고 제6조에는 "우리는 타고난 생명을 보호받고 건강하게 자랄 권리가 있습니다"라고 돼 있습니다. 또 제38조는 "우리는 전쟁지역에서 특별한 보호를 받아야 하며 15세 미만일 때에는 절대 군대에 들어가거나 전투행위에 참여해서는 안 됩니다"고 적시했습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분명합니다. 아이들이 무기를 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물론 초등학생들이 병영체험에서 든 총은 다른 사람을 죽이기 위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하지만 총은 결국 사람을 죽이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탱크에 타고, 기관총을 만지고, 유격훈련을 받는 것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어긋난 일입니다.
군사문화는 생명문화가 아닙니다. 지금도 아이들이 공부 때문에 더불어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우지 못하는데 병영체험까지 하면 어떻게 생명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습니까? 요즘 방송까지 군대문화에 관심이 많습니다. <진짜 사나이>(MBC)와 <푸른거탑>(tvN)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물론 두 프로그램은 군대에 대한 나쁜 인식보단 좋은 인식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군대는 군대입니다. 전쟁이 나면, 자신의 의지와 별개로 누군가를 죽여야만 하는 군대는 '생명문화'와는 거의 관계가 없습니다.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군대 다녀오면 사람 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닙니다. 저 역시 군대 다녀와서 사람 좀 됐습니다. 그렇다고 생명문화와 군대가 가까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 태안 사설 해병대 참사는 어른들이 탐욕과 안전불감증 탓입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조금씩 스며들고 있는 병영체험 문화가 낳은 결과입니다.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 소식에 한 번씩 등장하는 총 든 '소년병'을 우리는 비판합니다. 그러나 병영체험에서 총을 든 아이들에 대해 우리는 '안보교육'을 받는다고 합니다.
태안 사설 해병대 참사를 '안전불감증'으로만 몰아가지 말고, 이참에 우리 아이들에게 군대문화를 심어주는 병영체험 자체를 금지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을 '소년병'으로 만들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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