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뜰리에 플라뇌르 입구아뜰리에 플라뇌르는 아담한 공간이다.
이지성 촬영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위치한 작은 문화 공간 아뜰리에 플라뇌르에서는 지금 펜화를 그리는 작가들의 모임인 블랙펜의 첫 전시가 진행 중이다. 펜으로 그린 그림, 즉 펜화는 그 기원을 중세에서 찾을 만큼 오랜 역사를 지닌 형식이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손으로 직접 컴퓨터에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인 태블릿이 보편화되면서부터 펜화는 조금씩 쇠퇴하였다.
특히 펜화가 주류를 이루던 만화, 삽화 부분에서는 주류가 완전히 디지털 방식으로 넘어간 것이 최근의 일이다. 편하다는 것은 그만큼 빠르게 번져나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디지털 방식으로 그려진 그림의 깨끗한 선을 보고 있으면 이따금 펜화가 떠오른다. 내가 남들이 모르는 펜화의 매력을 알고 있어서는 아니다. 단지 예전 기억들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탓이다.
지난 20일, 전시 오프닝인 오후 7시를 넘겨 도착하는 바람에 전시장 안에서는 이미 작가 소개가 진행 중이었다. 이번 전시에는 여덟 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는데 소개를 받는 그들의 모습이 아직 앳되다. 많이 잡아도 서른이나 되었을까. 디지털 작업이 익숙한 세대의 펜화 전시라. 낯설기는 하지만 그만큼 기대되기도 한다.
한편 전시 소개 및 작가와의 인터뷰를 맡은 큐레이터 역시 이번 전시가 처음인 모양이다. 다들 작가님들 긴장한 것만 알고 자기가 떨리는 건 몰라준다는 그녀의 애교 섞인 볼멘소리에서 풋풋함이 살짝 묻어난다.
전시는 작가들의 성향에 따라 블랙과 화이트 두 개의 섹션으로 공간을 나누어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우선 전시장의 동선을 따라 블랙 섹션의 전시를 감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