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일 가까이 철탑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최병승 조합원과 천의봉 사무장.
노동과세계 변백선
판결 이후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는 함께 요구안을 만들고 현대차와 특별교섭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현대차는 불법파견을 부정하며, 신규채용 3500명 만을 고집했습니다.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를 비롯한 불법파견 노측 교섭단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요구안을 지속적으로 수정했지만 돌아온 것은 헌법소원이었고, 많은 폭력과 탄압이었습니다.
만일 현대차가 현재까지 16차례 진행한 특별교섭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하고 합리적인 교섭을 진행했다면 박정식 열사는 자결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현대차는 박정식 열사만 죽음에 이르게 한 게 아닙니다. 2005년 류기혁 열사도 사망했습니다. 또 2005년 최남선 동지와 2010년 황인화 동지를 분신에 이르게 해 죽음 문턱까지 가게 만들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법 준수'을 요구하며, 정당하게 단결권을 행사한 200여 명의 조합원을 해고했습니다. 해고자 조합원은 지금도 죽음의 벽과 힘겹게 싸우고 있습니다.
심지어 지난 16일 새벽, 현대차는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해 박정식 열사 죽음을 애도하는 분향소를 침탈했습니다. 죽음을 모독하고 열사의 죽음을 슬퍼할 시간마저 빼앗아 갔습니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3일장을 했다면 17일 출상했을 겁니다. 하지만 오늘(18일)까지 장례일정도 잡지 못했습니다. 현대차가 어떠한 반성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박정식 열사를 따뜻한 대지로 하루빨리 돌려보내기 위해 민주노총, 민주노총 충남본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아산위원회,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가 모여 열사대책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박정식 열사 정신을 이어받아 투쟁을 조직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이제 산자들이 해야 할 일이 명확해 졌습니다. 대법원이 판결했고, 노동부가 판정했으며, 노동위원회가 수없이 결정한 불법파견을 부정하는 현대차에게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로 구성된 현대차 불법파견 특별교섭팀은 박정식 열사 명예회복을 요구 조건으로 받아 안아야 합니다. 이미 특별교섭 6대 요구안 중 2번째 요구안으로 "비정규직 투쟁으로 발생된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수배, 고소, 고발, 징계, 해고, 손배, 가압류 등을 즉각 철회하고 명예회복 및 원상회복을 실시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박정식 열사도 현대차 불법파견 투쟁으로 희생된 조합원입니다. 만약 현대차가 박정식 열사는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변한다면 현대차를 상대로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야 합니다. 현대차 사업장에서 벌어진 이 잔인한 죽음의 행진을 막기 위해, 또다른 희생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 모두 같은 마음으로 함께 투쟁해야 합니다.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죽음을 볼모로 싸움을 조장한다"는 현대차 악선동과 보수언론의 여론몰이가 벌어지겠지요. 또 박정식 열사 개인사를 들추며 투쟁을 회피하려는 내부 비판도 존재할지 모릅니다. 이미 금속노조는 박정식 열사와 관련한 조합비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발표해 일부 잘못한 부분을 인정했습니다.
박정식 열사가 꾸었던 꿈을 이제 현대차비정규직 3지회 조합원과, 현대차 불법파견 투쟁을 함께했던 현대차지부, 금속노조, 민주노총 조합원이 이어야 합니다. 또 이 땅의 비정규직 투쟁을 응원하는 모든 노동자, 학생, 시민들의 동참으로 꽃피워야 합니다.
7월 20일, 함께 분노해 주십시오7월 20일 울산으로 희망버스가 옵니다. 자발적으로 자비를 들여 이 먼 곳까지 희망버스를 타고 오는 시민들은 알고 있을 겁니다. 저와 천의봉을 당장 내일이라도 철탑에서 내려오게 하는 것, 박정식 열사 죽음을 제대로 추모하는 것, 비정규직 노동자 죽음을 중단시키는 길은 현대차가 불법파견을 인정하는 것밖에 없다는 걸 말입니다.
희망버스를 타는 여러분께 호소 드립니다.
젊고 꿈 많던 비정규직 노동자가 희망을 포기하고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 고통스러운 죽음 앞에서 현대차는 또다시 칼질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투쟁을 이끌어야 하는 동지들은 다소 주저하고 있습니다.
10년 동안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투쟁한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힘내서 투쟁할 수 있게 함께 분노해 주십시오. 기필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관에서 현대차의 책임있는 답변을 들을 수 있게 연대해 주십시오. 승리해서 열사의 주검을 안고 슬퍼할 수 있도록, 아름답게 보낼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박정식 열사를 '비겁한 겁쟁이'로 만들지 말아주십시오. 간절히 호소 드립니다. 열사의 마지막 유언으로 글을 마무리 합니다.
"같은 꿈과 희망을 좇았던 분들에게 전 그 꿈과 희망마저 버리고 가는 비겁한 겁쟁이로 불려도 좋습니다. 하지만 저로 인해 그 꿈과 희망을 찾는 끈을 놓지 마시고 꼭 이루시길...." (2013. 7. 15. 고 박정식 열사 유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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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탑에서 듣는 죽음 소식... 현대차 너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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