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정현 홍보수석이 12일 춘추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홍익표 민주당 대변인의 귀태(鬼胎)발언에 대해 국민과 대통령에게 사과할 것을 공식 요구하고 있다. 이 홍보수석은 "홍 대변인의 발언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에 정면 도전한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그가 '법치주의'를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박대통령과 새누리당은 '국정원 덕본 것 없다'며 사태를 넘기려 하지만, 법치주의는 불법행위를 '덕을 봤는가'여부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범죄를 처벌하는 이유는 덕본 사람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덕본 사람이 없다'고 강도를 그냥 풀어주지도 않고,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시험 부정행위를 눈감아 주지도 않습니다. 범죄는 그냥 범죄일 뿐이고, 국정원 대선 여론조작은 아주 심각한 범죄행위입니다.
선거가 싫은 국정원, 촛불이 싫은 공영방송 신기하게도, 미국에서도 보이는 촛불이 한국 텔레비전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것도 시민들이 내는 수신료와 세금으로 운영되는 두 공영방송에서 말이지요. 국민을 주인으로 모셔야 할 공영방송마저 '어둠의 세력'에 포섭된 까닭이겠지요. 이러면서 수신료를 더 내라고 말하고 있으니, 참 뻔뻔스러운 사람들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국정원 사건의 실체를 보게 됩니다.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은 개별적 사건이 아니라,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집권한 후 주도면밀히 진행한 거대한 여론조작 시도의 일부라는 점입니다. 이들이 권력을 잡은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2008년 공영방송 사장을 불법해임하고 자기들 입맛에 맛는 사람을 심는 작업이었습니다. 이듬해에는 개각 후 원세훈을 국정원장에 임명하고, 방송법을 개정해 보수언론이 방송에 진출할 문을 열어줍니다. 집권 초부터 차기선거를 위한 '여론전' 준비를 하고 있던 것이지요.
민주주의는 '숙의민주주의'라고도 불립니다.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공적 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간다는 것이지요.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객관적인 정보입니다. 이런 정보를 시민사회에 제공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입니다. 언론이 정치세력과 각을 세워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언론이 정부와 한통속이 되고 나면, 사회문제를 드러내기보다 감추기 급급해지고, 정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보다 미화하기 바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선전매체로 전락한 공영방송과 보수언론을 등에 업고 부자감세, 공기업 민영화, 4대강 사업 등 일사천리로 밀어붙였습니다. 당시 언론은 국내 토목사업은 물론, 이라크 크루드 유전개발처럼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된 사업조차 '치적'으로 포장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언론은 현 정권에 대해서도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정상회담 관련 보도를 보면, 어떤 문제를 어떻게 다뤘는지 냉정히 분석하기보다, 어떤 옷을 입었네, 외국어 발음이 어땠네, 박수가 몇 번 터졌네 하는 이야기로 지면과 방송을 채웁니다. 정부 정책에 대해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여론이 제대로 형성될 수 없습니다. 남북관계가 파탄나고, 가계부채는 1000조에 이르고, 새 정부에서 청년 고용률은 40%를 밑돌아 이명박 정부보다도 낮은 수준인데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도는 70%에 이릅니다. '여론 주무르기'는 이 시간에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나서야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