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서울을 헌팅하다>
이숲
그리하여 조선 건국과 함께 축성된 성벽들은 거의 무너지고 말았다. 현재는 삼청동과 장충동 일대에만 성벽이 남아있고 성문도 일부만 남아 있다. 이 성곽을 서울 성곽이라 부른다. 서울시는 2014년을 목표로 현재 서울 성곽 복원 중에 있다.
문화재청과 문화재보호재단은 2006년 4월 1일을 시작으로 홍련사~숙정(청)문~촛대바위(1.1km)' 구간을 개방, 2007년 4월에는 '와룡공원~숙정(청)문~청운대~백악마루~창의문(4.3km)' 구간을 전면 개방함으로써 시민들 누구나 성곽 길을 따라 걸을 수 있게 했다.
이 서울 성곽 길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는 자신에게 겹친 고난(불행)을 꿋꿋하게 이겨나가는 여주인공 은성의 성장 혹은 성공 스토리인 <찬란한 유산>(2009년, SBS)이다. 드라마 2회, 계모에게 쫓겨난 은성(한효주 분)과 은우(연준석 분) 남매는 갈 곳이 마땅하지 않자 찜질방에서 자기로 한다.
그러나 서번트 증후군(정상 이상의 지능을 가졌거나 감정 폭이 극히 제한적인 사람이 특정 분야에서 경이적인 지적 재능을 보이는 희귀한 증상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인용)이 있는 은우 때문에 시비가 붙어 찜질방에서마저 쫓겨나고 만다. 설상가상으로 와중에 계모에게 받은 돈 봉투까지 잃어버린 은성은 살아갈 날이 막막하다. 어둠도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에 남매는 이 서울 성곽 길에 선다.
"우리 이곳에서 날아보자. 날아서 엄마 아빠 보러 가자."앞날이 막막하고 슬픈 은성은 은우를 성곽으로 끌어 올린 후 이처럼 묻는다. 이에 은성은 천진한 얼굴로 행복해하며 "엄마 아빠 보러 가자"고 대답한다. 그리고 뛰어내리려고 한다. 그 순간 은성은 깜짝 놀라 은우를 주저앉히고 만다. 그리고 은우를 감싸 안고 "미안하다"며 운다.
주인공이라 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했지만, 성곽 길을 배경으로 한 첫 장면이 성곽 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는 은성의 흰 캔버스화인 데다가, 성곽 위에 선 남매의 모습이 위태롭게 느껴졌다. 게다가 은우가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상태라 한순간 아찔하게 그리고 서늘하게 와 닿았던 장면이다.
게다가 새벽 어스름의 푸른색 톤을 좋아하는지라, 또 드라마를 볼 당시 이 서울 성곽 길에 대한 정보가 없어 이런 저런 드라마에서 성곽길이 나올 때면 어떤 곳일까? 어디로 해서 가야 저 곳에 갈 수 있을까? 궁금해 하곤 하던 참이라 무척 인상 깊게 남고 있는 장면 중 하나다.
이 책에서 다루는 촬영지는 모두 70곳이다. 장소마다 드라마 3~5편씩을 소개한다. <천년의 유산>과 함께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드라마는 삼순이 열풍과 개명 열풍을 일으켰던 김선아가 주인공인 <여인의 향기>(2011년. SBS)와 북한 특수부대 여자 장교와 천방지축 남한의 왕자가 우연히 만나 사랑을 키워간다는 스토리의 코믹 멜로인 <더킹 투하츠>(2012년. MBC)
서울 성곽길은 <찬란한 유산>에선 앞날이 막막한 주인공을 성곽 위로 올려 묘한 긴장감을 준 후 미래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는 원점이 되는 것과 달리 <여인의 향기>에선 죽음을 앞둔 주인공 김선아가 지난날을 돌아보고 자신을 차분하게 정리하는 사색의 장소가 된다. 그리고 <더킹 투하츠>에선 시경과 재신의 수채화 같은 장면이 이곳 성곽 길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서울 성곽 길' 탐방에 앞서 |
개방 초기 인터넷 사전 예약을 통해 탐방할 수 있었던 '서울 성곽 길'은 자율개방으로 바뀐 2007년 7월 1일부터 탐방 절차가 간소화됐다. 신분증을 지참한 후 현장에서 신청서를 작성, 간단한 확인 절차만 마치면 되는 것으로 바뀐 것. 그러니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이 외에도 5시까지만 탐방을 허용한다거나 일부 장소만 촬영을 허용하는 등처럼 탐방자들이 지켜야 할 것들도 있다.
탐방 가기 전에 가는 방법을 비롯하여 탐방자들이 지켜야 할 것 등이 안내된 '북악산 서울 성곽' 누리집(http://www.bukak.or.kr/)을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북악산 서울성곽 누리집 참고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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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드라마 서울을 헌팅하다>에선 이 세 드라마를 손꼽았지만 필자가 알기론 참 많은 드라마들이 이곳 서울 성곽 길을 배경으로 다양한 분위기의 장면들을 연출했다. 그래서 지난 몇 년 간 가장 궁금해 했던 드라마 촬영 장소. 조만간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산행을 하는 친정 식구들과 가벼운 산행을 해도 좋을 것 같아 염두에 두게 됐다.
서울 성곽 길은 일부 구간에 불과하지만, 산과 산을 잇는 능선을 따라 걷기 때문에 서울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걸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자연을 접할 수 있어 가벼운 걷기나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가 많다니 가족들과 그리고 친구들과 한번 걸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곳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서울 성곽 길의 고단한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말이다. 여러 드라마들이 줬던 감동과 따뜻한 만남 등을 스스로 연출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책은 드라마 촬영지 접근에 머물지 않고 주변의 명소까지 소개한다. 서울 성곽 길 인근에는 스포츠 매디컬 드라마인 <닥터 챔프>(2010년), 딸과 끊임없이 대립을 했던 고집불통인 엄마가 딸에게 찾아온 불치병을 통해 변해가는 <웃어요 엄마>(2011년), 입양한 다섯 동생을 돌보는 한 여자와 생모에게 버림받은 변호사와의 사랑을 그린 <별을 따다줘>(2011년), 얼마 전에 종영된 <오자룡이 간다>(2012년) 등을 촬영한 낙산공원이 있다. 서울 성곽 길과 낙산 공원을 연결해 하루 나들이 일정으로 잡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