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옆 섬인 교동도의 화개사에서 절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승숙
대웅전을 이루고 있는 기둥들을 톺아보았다. 한 아름으로도 모자랄 것 같이 크고도 우람한 기둥들이었다. 이렇게 장중하게 자라자면 얼마만큼의 시간이 필요했을까. 지금 천 배를 올리는 이 분들도 이런 굳건한 기둥이 되기 위해 절을 하는 것이리라.
전등사 길목에 있는 찻집 마당에 둘러앉아 고마운 마음들을 나누었다. 서로 위해주는 그 마음이 있어서 천 배도 할 수 있었노라며 다들 고마워했다. 생전 처음으로 천 배를 드린 분이 계셔서 그 분에게 축하의 박수도 크게 쳐주었다.
천 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닐 것이다. 그러나 누구라도 할 수 있는 게 또 천 배일 것이다. 마음을 먹으면 누구라도 할 수 있지만 마음을 내는 게 쉽지만은 않으니 아무나 할 수 없는 게 천 배인 것이다. 나는 천 배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고 그저 이른 아침에 절에 온 것만으로도 장하다고 생각하며 백팔배를 한 것으로 만족했다.
이른 시간이라 찻집 마당은 고요했다. 마당 한 쪽의 연못가에는 산수국이 피어 있었다. 청보랏빛 꽃 색이 고왔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도반들의 얼굴색도 고왔다. 불어오는 한 줄기 바람이 조용히 그들의 어깨를 어루만져 주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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