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호흡으로 갈 때라야 희망은 보여!"

사랑어린학교에서 열린 정해숙 선생님의 '즉문즉설'

등록 2013.07.17 17:45수정 2013.07.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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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해숙 선생님과 청중들간의 즉문즉설 시간. 대담은 박두규 시인의 차지다
정해숙 선생님과 청중들간의 즉문즉설 시간. 대담은 박두규 시인의 차지다오문수

현대사의 산 증인이자 한국교육운동을 대표하는 전 전교조 위원장 정해숙(78) 선생님의 즉문즉설이 순천 해룡면에 있는 사랑어린학교 관옥나무 도서관에서 열렸다. 16일(화) 오후 7시부터 열린 모임에는 학부모와 전교조 교사 및 시민단체 회원 백여 명이 참석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분단의 세월을 사는 지금 우리 사회는 대립과 반목의 정서가 자연스럽게 내면화되어 있는 사회다. 빈부격차의 심화, 지역갈등, 이념대립에 의한 진보와 보수 논쟁으로 공동체가 무너지고 탐욕이 도를 넘어 폭력과 불신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정해숙 선생님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소중한 가치는 무엇이고 삶의 방식은 어떠해야 하는가 등에 답하기 위해 지난 6월 27일 자서전을 출판했다. 군부독재 정권에 맞서 민주화운동, 통일운동, 참교육을 위해 온몸을 던져 살아온 정해숙 선생님은 "부끄럽다"는 한마디로 저서전 출판에 대한 소견을 묻는 질문에 답했다.

 아름다운 사랑어린 학교의 교정모습.
아름다운 사랑어린 학교의 교정모습. 오문수

정해숙 선생님은 인권이 짓밟히고, 뭇 생명이 죽임을 당하는 시대를 겪으며 처절한 절망감 앞에서도 시대를 극복하는 힘이 우리에게 있음을 깨달았다. "함께하는 걸음이 쉽지 않지만 서로 다독이고 조화를 이루며 긴 호흡으로 가야 희망의 빛을 볼 수 있다"고 강조한 그녀와의 대담은 박두규 시인의 사회로 이뤄졌다.

우리사회의 문제, 특히 교육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찾기 위해 마련한 이 자리의 질문은 청중이, 대답은 정해숙 선생님이 했다. 다음은 청중의 질문과 답변 내용이다.

- 참교육은 어떤 의미이고 참교육을 하는 교사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나이가 들면서 말을 한다거나 언론에 표현한다는 것이 때론 진리가 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전교조 위원장을 하고 있을 때 덴마크에서 23개 노동조합 책임자들이 저희 사무실을 방문했어요, 전교조가 지향하는 방향에 대해 설명을 들은 후 두 분이 질문을 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개혁적인 단체를 방문했는데 글로벌시대에 어떻게 민족교육을 강조하십니까?' 하며 물었어요. '민족교육이란 하루 빨리 통일을 이루는 교육'이라고 답변했더니 수긍을 하더군요. 참교육은 통일, 민주, 인간화 교육입니다.

 사랑어린학교 정문 앞에서 선 학교 안내간판
사랑어린학교 정문 앞에서 선 학교 안내간판오문수

참의 반대는 거짓입니다. 일제강점기를 거쳐 이승만·박정희 정권을 거치면서 거짓이 주를 이루고, 거짓이 참인 것처럼 되는 세상이 됐습니다. 5·18 직후 광주 북성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다가 수업 중에 목이 메어버렸습니다. '이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면 우리나라가 바르게 될 텐데, 현실을 바로 알려줘야 할 텐데' 생각하다가 목이 메어버린 거죠. 숨죽인 채 목 메인 저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망울을 지금도 잊을 수 없어요.
 


수학을 가르치면서도 도덕을 가르칠 때입니다. 반공교육 부분에서 북한은 독침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며 지구상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라는 거짓 교육을 해야만 했어요. 당시 저는 '북한은 우리 형제자매들이다. 하루빨리 통일을 해야 한다'고 가르쳤는데 단 한 명도 이의를 다는 학생이 없었습니다. 1986년 5월 10일 전국 5개 도시에서 교육민주화 선언을 했습니다. 해방 이후 처음으로 교육독립선언을 했죠. 거짓 없는 세상, 참된 인간을 만들자는 선언입니다."

- 살면서 존경하고 따르고 싶은 선생님이 있었는지요?
"주위의 모든 분들이 스승입니다. 부모님, 선후배, 자녀들까지도 스승입니다.  30대 때 간디 자서전을 읽었습니다. 간디가 영국에 있을 때는 '사람을 사랑하라'고 했어요. 인도로 돌아와서는 '모든 생명을 사랑하라'고 했습니다.


한번은 증식하는 사리가 나왔다고 해 구경을 갔어요. 무생물인 사리가 생명처럼 증식하는 모습을 보았죠. 5·18 당시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5·18을 경험하면서 생명에 관한 공부에 착수했습니다. 5년간 성경 공부를 마치고 불교 경전 공부에 들어갔습니다. 불교 공부하다가 청화스님을 만났어요. 겸손하고 가르침이 쉽고 명쾌했습니다. 이때 깨달았죠. 모든 생명은 하나다. 우리 모두는 인드라망처럼 얽혀 있는 하나다. 서로가 하나의 생명이라는 것에 동감했습니다."

-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이 나이가 되도록 자신도 모르게 자본주의의 틀 속에서 성장해왔어요. 물질의 퐁요 속에서 그것이 최고인 것으로 착각하고 살았습니다. 철학의 빈곤시대, 물질의 풍요가 삶의 척도인 것처럼 여겨지는 세상입니다. 학생과에 학생들을 불러와 반성문을 쓰게 하는데 반성문은 어른들이 써야 합니다.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라는 생명평화 사상에 공감합니다.

 사랑어린학교 학생들이 참가자들을 위해 정겨운 동요를 불러주고 있다
사랑어린학교 학생들이 참가자들을 위해 정겨운 동요를 불러주고 있다 오문수

- 가르친다는 뜻은 무엇입니까?
"가르친다는 것은 배우는 것입니다. 할아버지도 손자한테 배우죠."

- 21세기에 우리 아리들에게 참교육과 통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기획은 귀농입니다. 많이 변했지만 아직도 노동은 천한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 있어요. 인간이라는 것은 돈의 힘으로, 빵의 힘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꿈을 가지고 삽니다. 마음을 중요한 가치로 여겨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너무나 증오심을 조장하는 사회가 되어버렸습니다. 경쟁교육에 빠진 아이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즉문즉설은 밤 9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뒤풀이를 하기 위해 남은 사람들을 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캄캄했다. 사방은 적막하고 논밭에서는 개구리 울음소리만 들린다. 하지만 정해숙 선생님이 던져준 화두가 머릿속에서 맴돌고 밤길이 어둡지만은 않았다.
덧붙이는 글 다음블로그와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정해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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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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