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우 기자가 펴낸 책 <나는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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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매력은, 저자 말대로 "서평도 아니고 칼럼도 아닌" 오묘한 글쓰기에 있다.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칼럼이라는 뼈대에 서평의 살을 붙인 것처럼 보이거나, 그 반대로 읽힌다. 그런데도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있어 고리타분하지 않고 긴장의 끈을 유지한다. 언론인 김선주의 칼럼이 "항상 본인에게 화살이 겨눠진다"고 한다면, 문정우의 글은 "대부분 본인이 화살이라는 매개가 된다"는 느낌이다.
본인의 '민낯'을 솔직히 공개하는 것만큼이나, 쉽고 명징하게 자신의 생각을 펼쳐나가는 게 이 책의 미덕이다. '아랍 당나귀'는 책과 책 사이, 사건과 사건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나라와 나라 사이를 종횡무진 건너다닌다. 그러다보니 하나의 주제로 쓰여진 글 안에서도 책과 사건, 사람과 나라가 모두 주연이자 조연이 된다. 그러면서도 각각의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서 제 역할을 하니, 참 신기한 당나귀의 책읽기라는 생각이 든다.
'재난은 천국으로 가는 열쇠'라는 제목의 글에서는 미국의 진보운동가 레베카 솔닛의 <이 폐허를 응시하라>(펜타그램)를 매개로 삼았다. 19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지진부터 9·11 사태에 이르기까지 대재앙의 시대를 꿴 이 책을 통해, 한국의 가까운 과거 이명박 정부의 5년을 응시한다. 그리고 맥점을 짚어준다.
"재난은 이처럼 구질서, 혹은 무능하거나 부패한 정권의 실체를 잘 보여주는 효과가 있다. 재난은 보통 사람을 정치적으로 단련시키고 사회를 변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멕시코와 에콰도르는 지진을 겪은 뒤 군부독재를 청산했고, 미국은 9·11과 카트리나를 겪고 나서 흑인 대통령을 세상에 선보였다. 재난은 고통스럽지만 천국으로 가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을 읽으면 이명박 정부 5년이라는 폐허를 응시할 힘이 솟는다." 책 속의 사건과 사람을 씨줄날줄 엮는 '아랍 당나귀''죽도록 즐기느라 고통스러운 세상'이라는 제목의 글도 인상적이다. 박노해 시인의 레바논 취재 기록 <여기에는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아요>(느린걸음)를 통해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다 해도, 그것이 정말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나, "흔히 기술의 발달이 언론의 자유를 확대하리라고 믿지만 그것은 착각"이라는 점을 상기시킨다.
그리고는 닐 포스트먼의 <죽도록 즐기기>(굿인포에이션)로 눈길을 돌린다. "<죽도록 즐기기>가 텔레비전을 비롯한 전자매체에 눈총을 쏘는 것은 그것에 값싼 오락물이 넘쳐나기 때문만은 아니다. 문제는 텔레비전이 오락물을 전달한다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전달되는 내용이 오락적 형태를 띤다는 점이다. 그래서 심각한 담론 형식의 뉴스조차 제멋대로 오락 프로그램으로 변질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