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련과 어우러진 석탑, 아름다운 광경에 반했다

연꽃과 어우러진 제18호 정산면 서정리 구층석탑

등록 2013.07.16 10:19수정 2013.07.1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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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지  400년이 지난 백련지 가운데 서 있는 청양 정산면 서정리 구층석탑
백련지 400년이 지난 백련지 가운데 서 있는 청양 정산면 서정리 구층석탑하주성

아무리 장마가 들었다고는 하지만, 하루종일 퍼붓다니,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충남 청양군의 문화재를 답사하겠다고 나선 까닭은 바로 대치면에 있는 장곡사 때문이다. 절은 그리 크지 않지만, 이곳은 유일하게 대웅전이 두 곳이 있는 절이기 때문이다.

장곡사를 나와 칠갑산을 옛 길을 넘어 찾아간 정산면 서정리에 있는 '청양 서정리 구층석탑'. 높이가 약 6m정도여서 멀리서도 도로 옆 벌판 한 가운데 서 있는 구층석탑이 보인다. 사실 청양군의 문화재를 답사하면서는 다른 곳을 답사할 때보다 두 배는 더 힘들었다. 우선 도로에 안내를 유도하는 안내판이 서 있지 않은 것도 그렇지만, 쏟아 붓는 듯한 장맛비로 인해서 찾아가는 길도 힘들었고, 사진 촬영에도 어려움이 따랐기 때문이다.


백련 잠시 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사이 백련과 구층석탑을 찾았다
백련잠시 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사이 백련과 구층석탑을 찾았다하주성

주변에 조성된 400년 넘은 백련지

충남 청양군 정산면 서정리 16-2에 소재한 보물 제18호인 '청양 서정리 구층석탑 (靑陽 西亭里 九層石塔)'은, 공주에서 청양 방향으로 23㎞ 정도 떨어진 벌판 가운데에 서 있다. 이 탑이 있는 부근에 고려시대에 '백곡사(白谷寺)'라는 절이 있었다고 하나, 주위에 기와조각 등이 흩어져 있을 뿐 다른 유물들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다.

이 구층석탑 주변에는 백련지가 조성되어 있는데, 이 백련지는 조선 선조 20년인 1587년에 송담 송남수가 정산 현감으로 재임을 할 때, 정산현 좌측에 연못을 만들고 만향정이라는 정자를 세우면서 심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그런 내용으로 보면 이 백련지는 400년이 훨씬 지난 백련지이다.

구층석탑 고려 초기에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 제18호 서정리 구층석탑
구층석탑고려 초기에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보물 제18호 서정리 구층석탑하주성

고려 초기에 조성된 '구층석탑'

정산면 서정리 구층석탑은 2단의 기단 위에 9층의 탑신을 올린 모습이다. 아래층 기단에는 한 면에 2개씩의 안상을 돌려 새겼는데, 바닥선이 꽃모양으로 솟아올라 있어 고려시대의 양식상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다. 위층 기단 네 모서리에는 양우주를 돋을새김했고, 면의 가운데에는 기둥 모양인 탱주를 돋을새김했다.


기단의 위로는 알맞은 두께의 돌을 덮개석으로 둬 안정된 모양새를 띠고 있다. 이 구층석탑의 탑신 1층은 지나치게 크다. 2층부터는 높이가 크게 줄어들지만, 넓이는 그리 좁아지지 않아 우아한 느낌이다. 덮개석인 지붕돌 층급받침의 경우 1층은 5단, 나머지 층은 3단씩으로 조성을 하였으며, 네 귀퉁이가 약간씩 올라가 있다.

풍경 지붕돌의 네 모서리에는 구멍이 뚫려있다. 풍경 등을 매달았던 흔적이다
풍경지붕돌의 네 모서리에는 구멍이 뚫려있다. 풍경 등을 매달았던 흔적이다하주성

서정리 구층석탑은 전체적으로 신라시대부터 이어져 온 석탑양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으나, 9층이나 되는 층수로 인해 형태가 매우 높아져 안정감은 조금 부족해 보인다. 이 구층석탑은 각 부분의 세부적 조각양식이나 기단의 안상을 새긴 수법으로 보아, 고려 전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천년세월 그 자리에 서 있어 고맙다

몸돌 몸돌은 1층은 크게 조성되었으나, 1층부터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몸돌몸돌은 1층은 크게 조성되었으나, 1층부터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하주성

안상 기단에는 한 면에 두개씩의 안상을 새겼다
안상기단에는 한 면에 두개씩의 안상을 새겼다하주성

서정리 구층석탑은 고려시대 초기에 조형된 균형이 잘 잡혀간 거탑의 일종이다. 고려시대에는 석불이나 마애불, 탑 등을 이렇게 크게 조성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아마도 강한 국권의 상징은 아니었을까?

주변 백련지에 핀 백련과 아우러져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서정리 구층석탑. 천년 세월을 그렇게 한 자리에 서 있으면서도, 상륜부만 사라진 채 잘 보존이 되어있어 고맙기만 하다. 잠시 소강상태에 있던 장맛비가 다시 '후두둑'하며 쏟아지기 시작한다. 더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한 가지라도 많은 문화재들을 만나기 위해 길을 재촉한다. 다음에 만나게 되는 문화재는 어떤 것일까? 기대를 하면서 빗길을 달린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서정리 구층석탑 #보물 제18호 #청양 #고려 초기 #백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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