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숙석비서관회의에서 홍익표 민주당 전 원내대변인의 귀태(鬼胎) 발언 등 최근 '막말' 논란에 대해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청와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부제 다카키 마사오 박정희에게 만주국이란 무엇이었는가, 강상중 저, 책과함께)라는 책을 언급하며 "만주국의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의 후손들이 아이러니하게 한국과 일본의 정상"이라고 했다. 기시 노부스케의 외손자로 과거 침략사를 부정하며 극우로 치닫고 있는 일본의 아베 수상과 친일군인 박정희 대통령의 장녀인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하기 위한 설명이었다.
이 발언으로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발칵 뒤집혔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의 딸 박근혜 대통령을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인간으로 인신공격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여기에다 "국민에 대한 모독이고,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는 거창한 장식까지 추가했다. 결국 이 '귀태(鬼胎)' 발언으로 민주당 홍익표 대변인이 사퇴했고,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공개적으로 사과를 표했다. 과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분노는 정당한 것일까?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대통령' 발언 원조는? 2005년 5월 당시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은 "정치공작에 의해 태어난 정권은 태어나선 안될 정권이고, 태어날 가치도 없는 정권"이라며 노무현 정권을 맹비난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직후인 2004년 3월 한 방송 토론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미숙아에 비유했다. 그는 "미숙아는 인큐베이터에서 키운 뒤에 나와야지"라고 발언한 바 있고, 같은해 6월 언론 인터뷰에서 "미숙아가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우리 삶의 상식 아니냐"며 재차 인큐베이터를 언급했다.
'귀태'라는 한자어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대통령', '태어나선 안 되는 정권'이라고 대통령을 인신공격한 원조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다.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뭐라고 설명할까?
또한 새누리당은 문재인 의원과 이해찬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대선 불복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느냐에 대한 입장, 즉 현 정부의 정통성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대통령을 비판할 자유를 가진다. 정치인이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사실 대선 불복으로 말하자면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원조다. 지난 2002년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 된 후 한나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선불복성 발언을 쏟아냈다.
최병렬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2003년 7월 "과연 이 사람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인가, 나는 솔직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정"이라고 밝혔고, 9월에는 김무성 의원이 "노무현이를 대통령으로 지금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대놓고 말했다.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 역시 한나라당이 결코 뒤지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을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쌍욕으로 비하하는 '환생경제'라는 연극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며, 이 연극을 박근혜 대통령도 함께 관람하면서 웃고 맞장구를 쳤던 것을 온 국민이 기억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유명한 사건은 또 있다. 2003년 8월의 한나라당 당직자 회의에서의 개구리 발언이다. 이날 최병렬 대표가 주재한 당직자 회의에서 한나라당 김병호 홍보위원장과 박주천 사무총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개구리에 비유하며 "시도 때도 없이 지껄인다", "생긴 게 똑같다" 등의 인신공격과 인격비하 발언을 쏟아냈다.
제1야당, 그것도 당대표가 주재하는 주요 당직자회의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인신공격이었다. 2003년 6월의 한나라당 이상배 정책위원장의 '등신외교' 발언 역시 현직 대통령을 등신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인신공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그러한 예는 또 있다. 2009년 9월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한나라당 당원 교육에서 6.15남북공동선언을 비판하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치매든 노인'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대통령에 대한 이보다 더한 막말, 인신공격이 있을까? 이런 한나라당이 귀태 발언을 문제 삼아 국회를 올스톱시키는 것은 코미디에 다름 아니다.
'딸 박근혜'와 '대통령 박근혜'는 달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