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실에 마련해 놓은 감사장 모습감사관실에서 공문으로 보내온 감사장 설치 모습을 보니, 무슨 취조실 같았습니다. 업무전담팀 교사와 지원사들, 그리고 교장, 교감선생님이 힘을 합해 감사 받을 만반의 준비를 끝냈습니다.
이부영
시작한 지 2년 만에 서울형 혁신학교를 감사하겠다네요 2011년 3월 1일, 서울시교육청의 혁신학교 정책에 따라 개교와 동시에 서울형 혁신학교로 지정받아서, 전 교직원이 힘을 합해 아이들이 행복한 새로운 교육을 해 보겠다고 했을 때는 2년 뒤에 이런 정책감사를 받을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서울형 혁신학교보다 훨씬 많은 돈을 들인 수많은 정책들이 있었지만, 이처럼 지정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아니 이제 시작하는 시점에서 정책감사를 받는 것은 역사상 최초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에 반 혁신학교 공약을 내세우면서 보수층의 지지를 받아 보궐선거로 당선된 문용린 교육감이 당선되자마자, 서울형 혁신학교에 대한 시련은 예고됐습니다. 그러면서 올해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이 서울형 혁신학교에 대한 정책감사와 평가입니다.
그래서 처음엔 서울형 혁신학교와 같이 '행복한' 교육을 앞세우고 있는 문용린 교육감이 서울형 혁신학교에 대해서 잘 모를 수밖에 없어서 그러려니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서울형 혁신학교가 무엇이고, 지난 2년 동안 서울형 혁신학교에서 해온 일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아보려고 하는 감사라면, 우리가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받을 용의도 있었습니다.
아니 감사가 아니더라도 문용린 교육감과 교육감이 바뀌면서 새롭게 정책을 입안하는 자리에 앉게 된 서울시교육청 정책관료들에게 우리 학교는 언제든지 다 보여줄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딱 한 번 우리 학교 컨설팅장학 때 업무담당 장학사 한 분만 들렀다 갔을 뿐 자세히 볼 생각이 없으시더군요.
감사 준비하고 받는 데 힘들고, 감사에는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곳 없다'는 말처럼 본의 아니게 잘못한 일이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걱정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학교는 감사받으면서 지난 2년여 동안 서울형 혁신학교로서 우리 학교 교직원들이 힘을 합쳐서 해 온 일을 다 보여드릴 작정입니다.
그러나 서울형 혁신학교 정책감사가 수상합니다서울특별시교육청이 보내온 '2013 상반기 정책감사 시행계획-서울형 혁신학교 운영 실태 감사'를 보면 이번 정책감사의 목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 서울교육 주요 정책에 대한 학교 현장 집행 실태 점검- 문제점 및 원인 분석과 개선점 도출을 통한 정책 대안 제시- 정책 감사를 통해 서울교육 정책의 안정적·지속적 추진 지원말은 서울형 혁신학교 정책을 점검해서 정책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서울교육 정책의 안정적·지속적 추진을 지원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감사가 끝난 학교들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지가 않다고 합니다. 감사 중점사항은 열 가지이나 지금까지 감사한 모습을 보면 앞에 여덟 가지보다는 뒤 두 가지인 예산사용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정책감사'는 말 그대로 정책을 점검해보고 지원하는 감사로, 비리를 들춰내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지난 2년여 동안에 생긴 문제점이 있었다면 고치도록 해서 잘 나가게 하는 것이 정책감사입니다. 그러나 지금 서울형 혁신학교 감사 모습을 보면 비리를 캐내고 들춰내는 것이 목적처럼 이루어진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어떤 내용을 어떻게 감사를 할지 궁금합니다. 제가 3년째 혁신학교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니 제가 똑똑히 지켜보려고 합니다.
원칙과 계획 없이 이루어지는 서울형 혁신학교 정책감사또 하나, 처음에 분명 감사대상학교를 '2011학년도 지정학교 29교 중 8~10교'를 선정한다고 했는데, 처음 시행 계획과 달리 실지 감사 대상학교인 8개교 말고도 나머지 21개교에 대해서도 감자기 공문을 보내서 감사 대상학교와 똑같은 수감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합니다.
감사시행 계획과 별도로 서울특별시 교육청은 감사 대상학교를 포함한 29개 전체 혁신학교 예산 집행 자료는 5월 말에 제출하게 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또 감사 시행계획에도 없이 갑자기 공문을 보내서 감사대상교가 아닌 학교까지 감사 대상학교와 똑같은 양식의 수감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합니다. 정책감사라면 처음 계획처럼 열 개 학교 감사로도 충분히 살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잖아도 1학기 교육과정 평가회다, 학년교육과정 운영 보고회다, 워크숍이다 해서 정신없이 바쁜 학기말에 학교교육을 못하게 방해하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서울특별시 교육청은 21개교에 대한 수감자료 철회 요청에 대해 제출기일만 늦췄을 뿐 아무 문제가 없다고 그대로 진행하겠다는데, 이는 말은 '행복한 교육'을 주장하지만, 정작 학교교육은 외면하는 권력의 남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