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배제주도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공사장 정문 앞에서 153배를 했다. 지난해 2월 21일의 일이다. 그날 이후 다시 제주 강정마을을 가지 못하는 것이 마음 아프다.
지요하
얼마 전 아카시아 꽃향기가 흐드러지던 날 우리 고장 태안읍의 삭선리 석선천 길을 따라 걸었다. 남쪽 어디선가 발원하여 북쪽 가로림만으로 흘러가는 냇가 한쪽 길은 태안군 올레길의 일부 구간인 '솔향기길'이기도 하다. 그 길을 따라 가로림만 초입에 다다르면 생태공원이라 이름 붙인 아늑하고도 잘 꾸며진 쉼터에 몸을 놓을 수 있다.
그 쉼터에서 나는 초면인 교우 한 분을 만날 수 있었다. 내 또래쯤 되어 보이는 분인데, 부인과 함께 걷기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분은 내 손에 들린 묵주를 보고 먼저 내게 인사를 건넸다. 그도 묵주를 들고 있었다.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통성명도 하고 명함도 교환했다.
그분은 서울의 한 본당에 적을 두고 있는 신자였다. 평신도사도직 지구연합회의 회장 직책을 맡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바쁜 편이라고 했다. 신앙생활을 충실하게 하는 분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또 부인과 함께 걷기운동을 하면서 묵주를 손에 들고 있으니,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그분이 사업 내용을 명확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사업 관계상 자주 태안에 내려온다고 했다. 태안에 땅도 많이 사놓은 눈치였다. 내가 부러워할 것까지는 없지만 현실적으로는 나보다 이런저런 복이 많은 분이었다.
명함까지 교환하고 잠시 앉아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그에게서 등잔 밑이 어두운 현상도 접하게 됐다. 그는 '대한문미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난 2010년 11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꼬빡 일 년 동안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거행되었던 월요일 저녁의 '거리미사'는 물론이고 각지각처에서 여러 차례 봉헌된 '생명·평화미사'에 대해서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서울대교구 평신도 사도직 지구연합회 회장 일까지 보고 있는 분이 지난해 7월부터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월요일 저녁마다(지난 4월 8일부터는 매일) 거행되고 있는 정의구현사제단의 미사를 전혀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나는 믿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등잔 밑이 어둡다 한들 이럴 수가 있을까? 기가 막히는 심정이었다.
이런 현상이 왜 생기는 걸까? 누구 탓을 해야 하나? 정의구현사제단의 '대한문미사'를 긍정하든 부정하든, 그것에 대한 정보는 있어야 할 것 아닌가! 나는 공연히 분노가 치밀기도 했다. 그게 그분만의 잘못은 아닐 터였다. 나는 교회를 향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군비 확충도 지혜이며 복음정신에서 나온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