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댐 둑높이기 사업현장추월산 고갯길에서 내려다본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는 담양댐 둑높이기 사업 현장
우원식
용소의 푸른빛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이곳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마음도 착찹했습니다. 영산강네트워크 김도형 사무처장님은 일행들에게 농업용수로만 사용되는 영산강의 현실을 이곳에서 설명해주셨습니다. 높은 둑은 하류로 흐르는 맑은 물을 허락하지 않았고, 이곳부터 용소의 맑은 물은 없다고 말해주셨습니다. 거기에 물그릇을 키워야 한다며 시작된 곳곳의 저수지 증고사업은 더욱 하류를 말라가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영산강 푸른 물은 고작 10㎞도 가지 못 하고 끝나버린 것입니다. 그럼에도 강을 헤집은 굴착기 소리는 요란했고 둑은 통곡의 벽이 되어 점점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영산강 푸른 물을 만날 수 없다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우리들은 고개를 내려갔습니다. 첫날 17㎞ 일정을 다 소화하고 우리는 숙박지에 도착했습니다. 앞선 영산강네트워크 김도형 사무처장님의 발제를 시작으로 영산강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 간담회를 했습니다. 영산강을 오랫동안 지켜온 산증인으로서 김도형 사무처장님은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겪은 영산강의 슬픈 현재를 들려주었습니다.
4대강 사업을 막기에 힘이 부칠 때 가장 오염이 심한 영산강에서 먼저 시범적으로 사업을 해보자는 의견이 민주당 내에서도 꽤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김도형 사무처장 표현을 빌리자면, 힘없는 새끼손가락이라고 깨물면 아프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과 다름없다는 것입니다. 농업용수로밖에 쓸 수 없기에 강을 망치는 4대강 사업도 영산강은 감수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야말로 모두에게 외면 받아온 영산강의 현재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나주평야를 끼고 흐르는 영산강은 완만하기에 유속이 느려 물길을 막을수록 오염은 다른 어느 강보다 심해집니다. 그런 영산강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겠다며 만들기 시작한 담양, 장성, 광주, 나주댐과 하구둑으로 영산강은 5급수로 전락하면서 이제는 농업용수로만 쓸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4대강 사업으로 승촌보, 죽산보까지 더해졌습니다. 열악한 지자체 여건과 먹는 물이 아니라는 이유로 환경기초시설 투자에도 소홀한 탓에 생활하수, 농업, 축산 하수는 영산강에 무방비 상태로 버려집니다. 토론 내내 이 현실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고통 속에 아파하는 영산강을 바꾸기 위한 열띤 토론도 이어졌습니다. 재정자립도가 20%내외로 열악한 지자체의 조건을 고려한 환경기초시설 투자를 위한 특별법 제정 요청을 받았고, 비점오염원을 가중시키는 하천변 경작을 해결하려는 지자체의 사례도 들었습니다. 자연정화에 탁월한 수생식물을 통한 농가 소득과 환경오염 해소를 결합하자는 의견도 흥미로웠습니다. 역시 길은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것입니다.
늦은 일정은 그렇게 남은 여정 동안 희망을 발견하자는 다짐으로 끝났습니다. 본래 하구둑이 막히지 않았던 시절 서해의 바닷물은 나주 안쪽까지 밀고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 시절에는 홍어의 주산지인 흑산도와 부속도서인 영산도에서 잡힌 홍어를 나주까지 배로 와 팔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영산도 사람들이 나주 안쪽까지 이주해 집단 거주한 포구를 영산포라 불렀으며, 그래서 그 강이 영산강이 됐다고 합니다. 그때처럼 생명이 살아 있는 영산강을 만들 날을 그리며 첫날 여정을 마칩니다.
내일은 담양호 하류부터 광주의 용산교까지 26㎞의 여정입니다. 더 이상 용소의 푸른빛은 없지만 그 현실을 바꾸고자 함께 걷는 이들과 함께하기에 힘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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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민주당 최고위원 우원식입니다. 우리시대 '을'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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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4대강 중 가장 짧지만 고민은 가장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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