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모초와 비슷해 북한에서 산익모초라 부른다는 송장풀도 여름 북한산에서 볼 수 있다.
김현자
산행을 자주하게 되면서 좋은 것 중 하나는 여러 가지 나무들과 풀꽃(야생화)들을 맘껏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걱정을 가득 안고 산에 오르다 이들 꽃들을 만나고 눈길을 주는 동안 잠시나마 걱정과 불안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이들의 강한 생명력이 주는 그 감동 덕분에 힘을 얻기도 한다. 야생화들만큼만이라도 어려운 환경을 이겨낼 수 있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으리라.
요즘 북한산 S구간에서 볼 수 있는 꽃들은 큰뱀무와 짚신나물, 털중나리, 쥐손이풀, 꿩의다리, 산꿩의다리, 장구채, 석잠풀, 송장풀, 기린초, 노루오줌, 큰까치수염 등이다. 드문드문 갈퀴나물이나 나비나물 등이 보이기도 한다. 조금만 지나면 이 중 일부는 자취를 감추고 사위질빵이나 할미밀망, 꽃며느리밥풀 등과 같은 꽃들이 피리라. 그리고 그 얼마 후 물봉선과 투구꽃, 고마리, 용담, 산부추, 미꾸리낚시 등이 피어나리라. 외에도 얼마나 많은 꽃들이 피고 질까.
산행 중 만난 꽃들을 혼자만 보기 아까워 활동하는 인터넷카페에 가끔 풀어놓기도 하는데, "그렇게 자주 S구간에 가도 내 눈에는 보이지 않던 꽃들을 어떻게 그리 많이 봤는가?"라며 묻거나 놀라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일요일(7월 7일)에는 꿩의다리를 찍고 있는 내 옆을 지나치며 "지리산에는 예쁜 꽃들이 많던데 북한산에는 꽃이 별로 없다"고 탄식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아는 한 북한산에는 그 어떤 산 못지않게 참으로 많은 꽃들이 핀다. 관심을 두지 않아, 그리고 잘 알지 못해 꽃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간 내가 북한산 S구간에서 만나온 꽃들은 대략 150여종은 넘을 것 같다. 아니 이름을 몰라 그냥 파일로 남겨둔 꽃이나 나무까지 모두 헤아리면 그보다 훨씬 많을 것 같다. 그럼에도 S구간에 갈 때마다 새로운 꽃들을 만나게 될 정도로 S구간에선 많은 꽃들이 피고 진다.
이 많은 꽃들을 처음부터, 그러니까 지금과 같은 본격적인 산행을 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산행을 하면서 알게 된 꽃들이 대부분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산행 중 만나게 된 꽃을 찍어 집으로 돌아와 알 만한 사람들에게 물어보거나 검색을 통해, 그리고 이런저런 책들을 통해 알게 된 것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봄에서 가을까지 북한산에서 만난 꽃들의 이름과 특징이 궁금해 도감을 비롯한 이런저런 책들과 인터넷 공간들을 찾아다니는 등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낮에 만난,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꽃을 피우는 식물의 이름을 찾기 위해 수많은 검색들을 시도해보기도 했고 수많은 책들을 뒤진 적도 있다.
무언가를 알고자 이처럼 많은 시간들을 뺏긴 것은 사실 전혀 힘들지도 그리고 속상하지도 않다. 이런 과정에서 미처 몰랐던 것들을 얻기도 하고, 잘못 알고 있던 것들을 수정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장 힘든 것은 이른바 야생화 전문가들의 같은 식물에 대한 저마다 다른 동정이다. 전문가들의 저마다 다른 동정 앞에 무엇이 맞나? 헷갈릴 때가 많았다. 지금도 종종 겪는 일이기도 하다.
"단순히 시(詩)를 잘 쓰기 위해 시작한 식물 이름 공부가 이렇게 긴 길을 걸어오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 자그마치 11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스승도 없이 독학으로 이어나간 이 공부를 더욱 깊은 식물의 세계로 인도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수목원의 잘못된 팻말과 여러 도감에 나타난 오류였습니다. 그것들이 안겨다 준 많은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 어려운 식물 용어로 된 이름과 씨름하고, 자생지의 식물을 직접 발로 찾아다니며 사진 찍고, 일일이 문헌과 비교하는 일을 계속하다보니 어느덧 전문가라는 소리까지 듣게 됐습니다." - <한국의 야생화 바로 알기: 여름 가을 편> '저자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