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창계천1
문운주
이곳에서 어린 시절 송강 정철이 멱을 감지 않았다면 송강에 대한 역사적 인식이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까 청렴하고 강직한 대쪽 같은 이미지만 역사에 기록될 수도 있었다. 기축옥사라는 희대의 살육 사건에 적어도 연루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김윤제는 송강 정철을 알아본다. 순천에 가기 위해 냇가에서 잠깐 멱 감는 사이 을사사화를 피해 후학을 가르치고 있는 김윤제의 눈에 띈 것이다. 이것이 운명인가 보다. 용의 상을 알아보고 거둬들인 김윤제야말로 갈 곳 없는 송강 정철에게는 기회의 화신인 셈이다. 송강은 과거에 급제하기까지 김인후, 기대승 등에게 사사하면서 이곳에 머문다.
그리고 김윤제는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외손녀와 혼인을 시킨다. 이후부터는 요새 말로 송강 정철의 멘토가 된 셈이다. 관에 진출할 때까지 모든 뒷바라지를 해주었다. 부귀와 영화를 송두리째 얻게 되었다. 그러니까 여기까지만이다. 만약 옥사와 연루되지 않고 벼슬을 버리고 이곳에 은거하여 임을 그리워하였다면 충절과 일편단심과 대쪽만 기억하면 되는 것이기에….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했던가. 그러나 문화적 유산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고 다짐한 터이기에 높이 올려다 보이는 정자를 향해 한 계단씩 한계단씩 발을 옮긴다. 장마가 습도와 더위를 함께 몰고 왔나 보다. 온몸이 땀으로 적셔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