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하땅세가 연극 <천하제일 남가이> 공연을 마치고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김방희
- 한국 문학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프랑스 사람들에게도 연극이 금방 이해가 될까요 ?
"자막이 있으니까 기본적인 스토리는 이해가 될 것이고 나머지는 연극이라는 예술이 갖고 있는 관용성, 표현이 채워줄 거라고 봅니다."
- 한국 문학의 현재 흐름이 어떻게 간다고 보시는지요. "지난 1970-1980년대에는 상업주의, 참여, 순수문학이라는 어떤 흐름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게 없는 것 같아요. 각자가 제 갈 길을 가면서 각계약진 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고도화 되고 전문화 되면서 각자의 개성이 돋보이게 하는거죠."
-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한국 사람들이 이전보다 책을 덜 읽는다고 생각하세요? "그렇죠. 책도 아마 이전보다 덜 팔릴겁니다. 책 분야에서도 양극화가 일어나는 것 같아요. 팔리는 소설은 그 전보다 더 많이 팔릴 수가 있고 반면에 안팔리는 여러 작품들, 의미가 있는 많은 작품들이 독자의 손에 들어가기도 전에 사장되는 경우가 많죠. 그게 작가의 의욕을 끊고 새로운 작품의 산출을 막고 있죠. 소설은 지난 몇 백년동안 대중과 호흡을 같이 해왔는데 지금은 독서와 대중과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그래서 좋은 작가들이 늦쳐지고 있는게 아닌가 합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 폰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마트폰은 의사 소통을 위한 도구인데 중독성과 의존성이 있어요.
우리가 어렸을 때는 스마트폰이 없었고 책을 통해서 공부를 했고 책의 영향권하에 살고 있다면 지금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의 영향권하에 살고 있는 거죠. 사람의 인생, 세계의 운명이 스마트폰이 있기 전의 시대와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어떻게 달라질건지, 가치관은 어떻게 변할건지 알 수 없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 전보다 나빠질 거라는 건 분명해요. 문학을 하는 작가는 스마트폰을 포함한 광속의 액정팬을 이용하는 정보문화에 적응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세계에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문학이 필요할 것이라는 질문을 던져 보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대답이 나옵니다. 소설은 이야기 하는 과정이 느리고 방식도 느리고 받아들이는 방식도 느린데 이렇게 느린 문학이 광속의 액정팬인 젊은이들에게는 필요가 없게 되는 거죠. 순간적으로 보고 하나의 정보로서 지나가는 문장은 문학작품은 아닌거죠. 그래서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요."
- 요즘 한국 사회에도 핍박 받는 '을'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이들을 위해서 작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작가들은 언제나 을의 편이었죠.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이것을 논의하는게 오히려 이상하죠. 이전부터 갑과 을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 성향이 심해졌지요. 그리고 지금은 그에 대해서 다 발언을 할 수 있게 되었죠.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등 정보사회 덕분인지도 모르겠지만. 이러한 상태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동의할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은 맞죠. 어떤 식으로든 바꾸어 나가야 하는데 작가의 입장에서는 당장 거리로 뛰쳐나가는 식의 행동을 할 수는 없어요. 느리기 때문에, 근본적인 방식을 생각하고 그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공유할 방식이 무엇인지 문학작품을 통해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일부에게는 불만스럽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저 같은 작가 입장에서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 문학작품으로 응전하는거라고 봅니다."
- 작가의 정치 참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자연인으로서 제 정치적인 입장이 있고 할 말도 많지만, 작가로서는 정치 참여를 하고 싶지는 않아요. 우선은 작가라는 직업이나 직위를 이용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렇구요. 그러나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비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각자의 입장이 다른거니까요."
- 프랑스 작가 중에 좋아하는 작가가 있나요? 처음에는 불어로 쓰인 시를 좋아했어요. 프레베르의 시나 베케트, 이오네스코의 희곡을 좋아해요. 그리고 소설가 중에서는 셀린느을 좋아하는데 특히 <Mort a credit> 라는 작품을 읽고 나서 뒷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 현재 집필 중인 작품이 있으세요 ? "지금 장편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창비에 연재 중입니다. 마감날을 마추려면 파리에서도 글을 써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닙니다."
- <천하제일 남가이>가 아비뇽 연극축제에도 참가하여 7월 말까지 프랑스에 계실 예정인데, 연극 관람과 독자와의 만남 등을 제외한 자유 시간을 어떻게 보내실 예정이신가요 ? "이곳 저곳 좀 돌아다닐 예정입니다. 내가 낯설어질 때까지 말이죠. 장소가 주는 에너지가 있잖아요. 어디 낯선 곳에 가서 낯선 내가 몸부림을 치는걸 보고 싶어요."
- 그게 작품으로 하나 남아도 괜찮겠는데요. "그게 여행이 갖고 있는 매력이죠. 모험의 매력."
- 파리에 처음 오셨는데 전체적인 파리나 파리지엥의 인상이 어떤가요. "사실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익숙하다는 느낌이 드는거예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비슷해져가고 있는게 아닌가. 이건 좋은 의미가 아니죠. 세계의 전 도시가 자기 색깔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3개월 체류했던 베를린도 마찬가지였구요. 단지 인종과 사람 머리 색깔만 다르달 뿐, 음식도 비슷해진 것 같구요."
- 프랑스에 계실 동안 시골 같은 구석진 장소를 많이 가보세요. 이곳만의 특성이 느껴지지 않을까 싶네요. "그럴려구요. 그 장소, 그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개성을 맛보려면 그 장소에 가야죠."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스마트폰 중독된 세대에게 소설은 그냥 정보일 뿐"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