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월장경상도와 전라도가 만나는 인월 5일장.
강은경
나의 히치하이크 경력은 만만치 않다. 살면서 간간이, 여행 중에 수시로. 십수 년 전, 폐사지 답사여행을 했을 때 본격적으로 경험했다. 전국을 돌며 폐사지를 조사하는 일을 했다. 아르바이트였다. 두 달 동안 혼자 무전여행을 하다시피 했다. 순전히 경비를 아껴 책을 사보기 위해서였다. 그때 히치하이크에 숙달되었다. 지나가는 차를 향해 무람없이 선뜻선뜻 손을 들게 되었다.
그때, 곁눈질로 내 얼굴을 자꾸 힐끗거리는 중년 운전자를 만났었다. 불안해진 나는, 아 번뜻 떠오른 생각, 일부러 기침을 해대기 시작했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콜록거리며 "아, 죄송해요. 콜록! 제, 제가, 콜록! 폐결핵, 콜록, 지금은 많이 좋아졌는데, 콜록! 기침이 이렇게 나올 때가 있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콜록! 직접 접촉하지 않으면 전염은, 콜록"이라며 능청스레 거짓말을 했다. 그때부터 남자는 말 없이 앞만 바라보며 운전에 집중했다. 나의 기침소리도 간신히 잦아들었다.
또 한 번은 내 신상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는 젊은 트럭 운전사를 만났었다. 그는 음흉한 눈길로 나를 연신 훑어보았다. 눈길과 목소리가 정말 심상치 않았다. 어두운 욕망에 사로잡혀 가는듯. 어쩌지, 어쩌지…. 양손을 땀나게 마주 쥐고 비비며, 그때 굴린 잔머리. 나는 그가 듣게끔 입 밖으로 소리를 내어 진지하게, 그를 위한 축복기도를 했다.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기에 들은 풍월은 있어서.
"하나님, 이 길도 주님의 보살핌 아래 무사히. 이 착한 기사님께서 가는 길마다 늘 주님께서 동행하시어 지켜주시고 축복을 주옵시고, 기사님의 가족들에게도 건강과…."그 기도가 태어나 첫 기도였었다. 기도발이 먹혔는지, 애초 나의 불손한 오해였는지, 그는 나를 목적지에 무사히 내려주었다.
안전한 히치하이크, '기침'과 '기도'가 보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