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와 고갱이 같은 성씨를 쓰는 형제?

[서평] 윤운증의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 1. 2

등록 2013.07.08 14:32수정 2013.07.0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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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산드로 보티첼리, <비너스 탄생>, 캔버스 템페라, 172.5x278.5cm, 1484년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 2> 102쪽-

산드로 보티첼리, <비너스 탄생>, 캔버스 템페라, 172.5x278.5cm, 1484년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 2> 102쪽- ⓒ 모요사


"이제 막 탄생한 비너스를 보자. 비너스는 푸른빛 바다 한가운데에서 커다란 조개 위에 고혹적인 자태로 서 있다. 그녀의 금빛 머리카락은 음부를 가리며 무릎까지 길게 내려왔다. 한 손으로는 음부를 가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앞가슴을 가린 포즈는 일명 '정숙한 비너스Venus Pudica'의 자세다. 이 자세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조각상으로 발표되었는데, 중세를 지나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예술가들에 의해 다시 부활했다."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 2> 103쪽-   

위 글은 이탈리아 우피치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는 세계적인 명화 '비너스 탄생'을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 2>에서 설명하고 있는 내용 중 일부입니다.


루브르 박물관 작품을 천 번 넘게 해설한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    

윤운중 지음, 모요사 출판의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 1. 2>는 유럽 7개국에 있는 14개의 박물관을 안내하는 가이드북이자,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을 스토리텔링처럼 재미있고 알차게 설명해 주는 해설서입니다.

a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 1. 2┃지은이 윤운중┃펴낸곳 모요사┃2013.06.20┃1. 2 각 2만 5000원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 1. 2┃지은이 윤운중┃펴낸곳 모요사┃2013.06.20┃1. 2 각 2만 5000원 ⓒ 임윤수

1권에서는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로댕 미술관, 퐁피두센터와 영국의 영국박물관, 내셔널 갤러리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고, 2권에서는 이탈리아의 바티칸 박물관, 우피치 박물관과 스페인의 프라도 미술관, 벨기에의 벨기에 왕립미술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과 반 고흐 미술관, 오스트리아 빈의 빈 미술사박물관과 벨데베레 오스트리아 국립미술관과 작품들을 내용으로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내비게이션이 널리 보급돼 있어 정확한 명칭이나 주소만 제대로 알고 있으면 어디라도 쉽게 갈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이 제아무리 발달한다고 해도 내비게이션은 전자기기일 뿐이며 입력된 정보만을 안내하는데 그칠 것입니다.

내비게이션이 보편화하기 전, 길치 수준을 넘어 길맹에 가깝던 필자는 역마살이 도질 때마다 햄(HAM, 아마추어무선)에 의지해 목적지를 찾곤 했었습니다. 18년 전 쯤, 서울 서초에 있는 예술의 전당을 지나 동작동으로 가는 방향 어디쯤 있는 배나무골이라는 곳에 있는 상가(喪家)를 찾아갈 일이 있었습니다. 


내비게이션에는 없는 인간미 담긴 안내

서울로 들어서자마자 무전기 주파수를 145MHz에 맞추고 "CQ CQ CQ! 여기는 DS3CDG 모바일, 배나무골 안내해 주실 수 있는 국장님 146에서 응답바람. 오바!" 하고 주파수 채널을 146MHz에 맞추니 아마추어무선을 하는 동호인이 이미 기다리고 계십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현재 위치를 정확하게 확인하고는 무전을 통한 안내가 시작됩니다. 내비게이션과 같은 기계음이 아니라 사람 냄새가 풀풀 넘쳐나는 친절한 안내입니다.


"현재 위치에서 400미터쯤 가면 사거리가 나옵니다. 그 사거리에서 신호를 받아 좌회전해서 쭈욱 직진하다 보면 좌측으로 00고등학교가 보입니다. 거기서 조금 더 가면 00빵집이 나오고 빵집 옆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이 보입니다. 그 골목으로 들어가십시오."

"앞쪽에 보이는 전봇대를 끼고 우회전해서 30미터 쯤 가면 우물이 나오고…, 아~ 예전에는 동네사람들 모두가 그 우물물을 먹었었는데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머지않아 없어진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공사 중이니 천천히 조심해서 직진하다 다음 골목으로 들어가 좌회전 우회전하라"고 안내합니다. 눈에 보이는 공사 현장은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역사와 유래까지 추임새처럼 섞어 넣어서 안내해 주니 예전의 모습까지 연상하며 지루하지 않게 가게 됩니다.

무전을 통해 안내해주고 있는 동호인은 배나무골을 정말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빠삭하고 있는 토박이이거나 눈을 감고도 배나무골을 찾아갈 수 있을 만큼 배나무골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이 분명합니다.  

토박이처럼 빠삭한 설명, 전문가의 재치 넘치는 해설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 1. 2를 읽으며 그런 느낌, 18년 전쯤 배나무골을 찾아가느라 받았던 기분 좋은 안내를 유럽미술관들을 안내해주고 있는 저자를 통해 다시 받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만약 누군가 파리에서 가장 갖고 싶은 정원이 무엇인지 꼽아보라고 한다면 나는 단연 로댕 정원을 꼽을 것이다. 한 위대한 예술가의 감각들이 정원 곳곳에 전시되어 있으니, 어디서 이보다 더 아름다운 정원을 찾을 수 있겠는가. 로댕 정원은 화려하지 않지만 소담한 아름다움을 뽑아내는 곳이다. 특히 꽃피는 4월부터 10월까지가 정말 화사하고 근사하다."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 1> 263쪽-

저자는 루브르 박물관의 작품들을 천 번 넘게 해설했다고 합니다. 천 번이 넘는 해설이라면 루브르 박물관에 관한 한 손바닥을 들여다보듯이 훤히 알고 있음은 물론 눈을 감고도 구석구석을 누빌 수 있을 게 분명합니다.

여럿의 장·단점을 분명하게 알지 못하는 사람은 어느 하나를 자신 있게 추천하거나 뽑지 못합니다. 어떤 작품을 한두 번 본 사람은 눈에 보이는 것만을 말하고, 그보다 조금 더 많이 본 사람은 느낌정도를 더할 수 있을 겁니다.

저자가 들려주는 해설들은 눈에 보이는 작품, 기록으로 전해지는 역사적 사실만이 아닙니다. 밑그림처럼 들어가 있는 전설과 설화가 뒤담화처럼 들려주고, 작품이 탄생하거나 전해지는 과정에 스며든 이렇고 저런 사연들은 지식으로 담고 이야기 꺼리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나 역시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고흐와 고갱이 같은 성씨를 쓰는 형제인 줄 알 만큼 미술에 무지했지만, 그저 호기심과 열정만으로 미술에 대한 나름의 식견과 나만의 감상법을 체득하게 되었다. 그렇게 몇 년 공을 들인 뒤 그림이 보이고 음악이 들리니 다른 어떤 오락 매체에서도 누릴 수 없었던 꽉 찬기쁨과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는 예전의 나만큼 예술에 무지한 사람은 없을 터이고, 나만큼 예술과 오랫동안 담을 쌓고 산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러니 누군들 예술을 즐기고 감상할 소양이 없다고 하겠는가."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 1> 331쪽-

a  루카스 크리나흐, <아담과 이브>, 패널에 유재, 172x63cm, 167x61cm, 1528년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 2> 121쪽-

루카스 크리나흐, <아담과 이브>, 패널에 유재, 172x63cm, 167x61cm, 1528년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 2> 121쪽- ⓒ 모요사


중·고등학교 때, 시험을 마치고 나면 친구들끼리 '하얀 건 종이, 까만 건 글씨'라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주고받곤 했었습니다. '보긴 봤어도 뭔지를 모르겠더라'라는 뜻으로 썼을 겁니다. 작품, 특히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작품들을 설명하고 있는 책들 중에는 그 설명이 너무 전문적이거나 어려워서 읽고 나서도 무슨 말인지가 헷갈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재미있기는커녕 펼쳐 들기만 해도 저절로 하품이 나올 만큼 지루하기만 한 책도 있습니다.   

읽다 보면 작품에 배인 이야기들이 진국처럼 우러나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는 누구에게나 눈높이를 맞춰 줄 눈높이 설명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고흐와 고갱을 형제로 착각할 정도로 문외한이었던 저자가 무수한 발품과 각고의 학습으로 쌓은 지식이기에 멀티프리즘에서 쏟아내는 광선들만큼이나 무수한 높이로 비추는 다양한 설명이자 내용입니다.     

"이 방법이 영국박물관의 하이라이트 작품들을 가장 빠른 시간에 관람할 수 있는 최적의 동선이다. 한 번에 다 둘러볼 수 없을 만큼 규모가 방대하니 위층의 한국관과 이집트관을 둘러보고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힘을 내서 메인 전시관격인 지상 1층을 관람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루브르 박물관보다는 관람 동선이 효율적이어서 네다섯 시간이면 대략 훑어볼 수 있다."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 1> 357쪽-

내비게이션은 입력된 정보에만 의존합니다. 보다 빠르게 갈 수 있고, 아름다운 풍경이 무수히 펼쳐지는 지름길이 있어도 내비게이션은 그저 입력된 정보에 따라 입력된 길만을 안내할 뿐입니다. 하지만 찾아가고자 하는 곳을 정말 잘 아는 사람, 눈을 감고도 어디에 뭐가 있는지를 훤히 알고 있는 토박이 수준의 사람이 해주는 안내와 해설은 다릅니다.

볼 것 다 보고, 느끼거나 챙길 수 있는 행복과 여유까지도 챙길 수 있는 최고의 안내를 할 것입니다. 생경한 것은 친숙해지도록 흥미진진하게 설명해 주고, 잘 모르고 있었던 것은 제대로 알 수 있도록 다양한 지식으로 심어 줄 것입니다. 깊지만 어렵지 않고, 전문적이지만 지루하지 않은 내용과 설명을 할 것입니다.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 1. 2>, 루브르 박물관 작품들을 1000번이나 넘게 해설하였다는 저자가 스토리텔링처럼 들려주고 있는 해설이 그렇습니다. 유럽 7개국 14개 박물관에서 관람할 수 있는 작품들에 대한 저자의 해설이야말로 눈을 감고도 떠올릴 수 있는 고향이야기만큼이나 쉽고, 재미있고, 사실적으로 연상하며 읽을 수 있는 작품세계에 대한 해설이 될 것이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윤운중의 유럽미술관 순례> 1. 2┃지은이 윤운중┃펴낸곳 모요사┃2013.06.20

윤운중의 유럽미술관순례 1 - 루브르를 천 번 가본 남자

윤운중 지음,
모요사, 2013


#중의 유럽미술관 순례 #윤운중 #모요사 #루브르박물관 #세상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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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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