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하게 흐르던 섬진강이 둥글게 몸을 구부리며 물돌이가 되는 구담마을.
김종성
섬진강 오백리 강변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곳은 어디일까? 섬진강변의 진메마을이 고향이자 섬진강 시인으로 통하는 김용택씨는 그의 동화책 <꿈꾸는 섬진강>에서 섬진강 오백리길에서도 전북 임실의 한 자락을 흐르는 덕치면의 천담마을과 구담마을을 거쳐 강 건너 동계면 마을의 장구목으로 흘러드는 물길을 가장 아름다운 강변이자 물굽이로 꼽았다.
그 중 가장 깊고 높으며 막다른 산골에 자리한 곳이 구담마을이다. 오지에 자리한 덕에 마을이며 당산 느티나무, 강변의 징검다리, 물안개 등 주변 풍광이 잊히질 않아 다시 찾게 되는 마을이기도 하다. 도시에서 촌스러움이란 구리고 낙후한 것을 비하하는 말로 전락했지만, 이곳에선 정답고 아름답기까지한 촌스러움을 만날 수 있다. 얼마 전 새로 난 섬진강 자전거 길을 달리다 장대같이 쏟아지는 소나기를 만나게 되었고, 비를 피하기 위해 들른 곳이 이 마을이었다.
소나기가 고맙게 느껴질 정도로 마을이 아름다운 나머지, 비가 그쳤지만 차마 발길을 떼지 못하고 구담마을에서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똑같이 흐르는 시간이지만 이 마을에서의 하루는 왜가리의 흐느적거리는 날개짓처럼 무척 느리고 길게 느껴진다. 지나는 길에 들러 몇 시간 머물다 가기에는 참으로 아까운 곳이다.
몇 시간 머물다 가기엔 참 아까운 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