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모종을 할 때 구멍을 뚫는 몽둥이로 홍려석 씨가 논에 모를 심을 구멍을 파고 있다. 호미로 모를 심을 할머니들을 구하지 못해 궁여지책으로 생각해낸 아이디어를 적용하고 있다.
최오균
몽둥이 덕분에 모내기가 훨씬 순조롭게 진행됐다. 몽둥이로 구멍을 뚫고 모를 심는 모습이 정말 진풍경이다. 하지만 해가 지도록 모내기는 다 끝내지 못했다. 맨 아래 논이 그대로 남아있다. 아무리 빨리 심는다고 해도 세 사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렇게 전통적인 방법으로 모를 심는 일은 농촌에서 일손을 구하기가 어려워 큰 문제에 봉착할 것 같다. 지금 살고 있는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일손을 구하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아무리 몽둥이로 구멍을 뚫어 모를 심는다고 해도 그 많은 논에 모내기를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잡초 밭에 심는 모내기를 기계로 대체를 할 수는 없다. 홍씨는 풀을 뽑지 않는 자연농사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풀을 뽑지 않고 모내기를 하는 것이 좋은 면도 있다. 풀을 뽑지는 않지만 논에 물을 고이게 하면 대부분의 풀들이 죽고 만다. 모내기를 하기 전까지는 밭 상태로 있는 상태에서 자라난 풀들이기 때문에 물을 채우면 거의 힘을 쓰지 못하고 죽기 때문이다.
"한 번 모를 심어 놓으면 거의 논에 풀을 맬 필요도 없어요. 모를 심기까지는 힘들지만, 어떻게 보면 관행농법에 비해 훨씬 농사 짓기 편한 면도 있습니다. 풀 자체가 거름이 돼주고 모가 튼튼하기 때문에 병충해도 별로 없어요. 문제는 수확량인데요. 지난해 쌀 다섯 가마를 생산했는데, 13가마 정도만 생산한다면 일반 관행농법의 70% 수준으로 수확하게 되는 셈이지요."잡초 밭에서 쌀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보통 상식으로는 기적적인 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비료와 거름을 일체 주지 않고, 농약도 치지 않는 자연 상태서 생산한 벼는 밥맛이 아주 좋다고 한다. 홍씨는 금년에 더 많은 쌀 생산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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