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한별학교를 찾은 이희성 주임
밀알복지재단
- 김해영 본부장도 보츠와나에서 편물학교를 운영해 보셨으니 잘 아시겠네요. 듣기로는 편물학교 운영 초기에 학교 문을 닫아야 했던 위기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김해영 : "제가 보츠와나에서 진행한 직업훈련교육사업은 국가에서 필요로 했기 때문에 보다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사업이라고 할지라도 마을 사람들과 협력이 우선돼야 합니다. 교육 당사자인 지역민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으면 마을 사람들이 금방 등을 돌려버리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업훈련학교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 방식을 고집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주입식 혹은 상명하달식 교육을 하지 않았습니다. 힘들고 어렵더라도, 비효율적일지라도 정부나 지역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1990년 당시 정부가 지원을 해주는 대신 학교가 안정되는 2~3년 후에는 한국인들이 모두 떠나야 한다는 조항도 있었습니다. 죽도록 고생만 하고 떠나라는 것이지만 그런 요구사항도 모두 받아들였습니다."
- 어디를 가나 '복지병'이라는 게 있습니다. 복지의 수혜자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오히려 자신들의 가난을 상품화하는 경우인데요. 아프리카에서도 그런 모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런 모습에 실망해 현장을 떠났다는 활동가들도 있었지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김해영 :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겠지만 아프리카 사람들은 타국의 원조를 당연한 보상으로 여깁니다. 백인들이 수백 년에 걸쳐 자신들을 착취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먼저 아프리카의 역사를 이해해야 합니다. 아프리카 전체는 서구에 의해 400년간 유린당했습니다. 100년 전 만해도 아프리카 사람들은 동물처럼 사냥돼 노예로 끌려갔고 아프리카 땅은 서구에 의해 식민 지배를 당했습니다. 노예상이나 식민지배자들은 이들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서구사회로부터 받은 착취와 박해에 대한 기억은 그들의 핏속에 유전돼 있습니다.
서구사회에서는 몇십 년간 그 빚을 갚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정도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죠. 예전에는 아프리카인들을 사냥해 사고팔았던 인간 사냥꾼들이 이제 와서 약주고 병원 만들어주고 사진을 찍어갑니다. 게다가 고마워까지 해달랍니다. 핏속에는 아직도 백인들에 대한 불같은 원망과 저주·두려움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정말 미치는 일이지요. 국제개발협력사업을 진행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그들의 인식까지 이해하면서 구호활동을 진행해야 합니다. 우리는 선한 의지를 가지고 하는 사업이지만, 아프리카 인들은 그것을 착취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희성 : "저도 에티오피아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의 착취에 대한 인식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외국인이 지나가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머니 머니' 하면서 돈을 요구했습니다. 거지도 아니고 겉보기에는 멀쩡한 사람들인데 마치 맡겨놓은 돈을 달라는 것처럼 당당히 달라고 하는데 당황스럽더라고요. 아디스아바바에서는 법으로 구걸이 금지돼 있다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달랐습니다. 외국인들이 자신들의 주머니를 언제든지 채워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여동근 : "에티오피아와 말라위를 방문하면서 공통적으로 느꼈던 사람들에 대한 인상은 무기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갔던 말라위의 한 마을은 마침 춘궁기를 맞아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는 상황이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마을 주변에 큰 호수가 있는데도 그 물을 끌어다 농사에 이용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무기력하고 의지가 부족한 듯 보였습니다. 마을 전체가 가라앉아 있는 느낌이랄까…. 무엇보다도 그들에게 일어서고자 하는 의지와 활력을 불어넣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뚝딱뚝딱 우물 파주고 기념사진? 의미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