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 시내를 가로 질러 흐르는 나일강. 이집트 민주주의는 과연 유유히 흐를 수 있을까? 지난 1996년 6월 이집트에 갔을 때 찍은 사진이다.
김동수
또 독재자 무바라크가 물러나면 '살림살이'가 조금 나아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무르시 정부는 무능했고, 물가는 치솟았다. <한겨레>에 따르면, 현재 이집트 9000만명 인구의 절반이 하루 2달러 이하의 돈으로 연명한다. 유엔 보고서는 식량난을 겪는 이집트 국민의 비율이 2009년 14%에서 3년 만에 17%로 늘어났다고 추산했다.
민주주의가 완전히 뿌리내린 국가도 정권교체는 대부분 '먹고 사는 것'때문에 일어난다. 하물며 30년 만에 자유를 만끽한 후 '살림살이'까지 정부가 책임져 주기를 바랐는데 무르시 정부는 경제를 살리지 못했다. 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한 이집트는 또 다시 인민봉기를 했고, 군부는 인민들 힘을 빌여 무르시를 축출한 것이다. 국방장관 대통령을 축출하는 장면은 민주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쿠데타'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이집트 전문가 미셸 던은 4일(현지 시각)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을 군부가 축출한 명백한 '쿠데타'인 이번 이집트 사태를 미국이 쿠데타로 규정하지 않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무르시 대통령의 과오는 과오이고, 쿠데타는 쿠데타다"라고 말했다고 <조선일보>는 6일 보도했다.
2011년 이집트 인민 '선택'은 옳았지만, 2013년 선택은 동의할 수 없어맞다. 무르시가 무리하게 개헌을 추진하고, 경제를 살리지 못한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대통령에서 물러날 사안은 아니다. 대통령이 헌법과 법을 명백하게 어기지 않았는 데 축출시키는 것은 쿠데타다. 다른 단어가 없다. 지난 2003년 3월 한나라당과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켰을 때 '의회쿠데타'라는 거센 비판을 받은 이유다. 1972년 미국 닉슨 대통령이 하야 한 이유는 불법도청과 수사 과정에서 권한을 남용했기 때문이다.
무르시는 대통령으로서는 무능하고, 과오를 범한 것은 있지만, '불법' 대통령은 아니다. 경제를 살리지 못했다는 이유로, 직접 선출된 대통령을 끌어내리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2011년 2월 이집트 인민들이 독재자 무바라크를 끌어내린 선택은 옳았지만, 2013년 6월 무르시를 끌어내린 선택은 동의할 수 없는 이유다. 이것이 반복되면 다음 대통령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이집트 민주주의에 도움될 리가 없다.
무엇보다 무르시 축출 과정에서 인민봉기를 빌여 쿠데타를 '혁명'처럼 교묘히 꾸민 군부는 비록 무바라크는 없지만 기득권층이다. 지난 2011년 2월 무바라크가 하야하자 <다음> 누리꾼 '마루나무'는 이런 댓글을 남겼다. 선견지명이 있다.
"무라바크는 퇴진만 했을 뿐 이집트의 민주주의는 승리하지 못했습니다. 단순히 무라바크의 권력 야욕만 저지했지…. 이게 참 답답한 현실입니다. 이집트 국민들이 진정으로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할 거면 무바라크를 외국으로 내쫓고 퇴진시키고 할 게 아니라 그를 처벌하거나 아니면 모든 재산을 몰수하고 그지로 만들어서 외국으로 쫓아낸 뒤 국민을 무시한 죄값을 당당하게 치르게 해야합니다."이집트 인민들, '봉기'가 아닌 선거를 통해 권력자 교체하는 성숙함 길러야이집트 인민들은 30년 독재자는 완전히 축출시키지 못하고,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을 내몰았다. 이집트 군부가 무력으로 인민들을 탄압하지 않지만, 자신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교묘한 쿠데타를 저질렀을 뿐이다. 군부는 자신들 권력을 내려놓지 않았다. 군부가 권력에 손길을 내미는 나라는 민주공화국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