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서 구두 안 줘 고무신 신은 수용자... 교도관 잘못 없다"

대구지법, 1심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등록 2013.07.05 14:20수정 2013.07.0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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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가 형사법정 출석 예정인 수용자에게 사복 착용을 허용했는데, 당일 교도관이 바빠서 법정에 출석하는 수용자에게 구두를 지급하지 않아 고무신을 신고 법정에 출석했더라도 교도관에게 잘못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방법원에 따르면 상습공갈죄로 구속돼 울산구치소에 미결수용 중인 A씨는 2011년 6월 울산지법에 예정된 선고기일에 참석하기 위해 구치소에 사복 착용을 신청했고, 울산구치소는 이를 허가했다.

울산구치소는 A씨의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도주 우려 등을 고려해 판결 선고기일 당일 A씨에게 구치소 내 출정대기실에서는 양복만 지급하고, 구두는 추후 법정대기실에서 법정 출석 전에 지급하도록 했다.

이에 구치소 담당공무원(교도관)이 A씨의 구두를 지참하고 후송해 울산지방법원 제101호 법정대기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교도관은 A씨의 구두를 법정대기실 의자에 놓아두었는데, A씨가 법정에 출석하기 전까지 구두를 지급하지 않았고, 이에 A씨는 구두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무신과 양복만 착용한 채 법정에 출석하게 됐다.

그러자 A씨는 "울산구치소는 사복 착용을 허용하면서도 구두착용 시기에 제한을 두었고, 결국 법정대기실에서 구두를 지급하지 않아 양복을 착용한 상태에서 고무신을 신고 법정에 출석하게 했다"며 "이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 것으로, 위법행위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인 대구지법 의성지원 청송군법원은 2012년 10월 A씨가 대한민국(법률상 대표자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받아들여 위자료를 일부 인정했다.


이에 국가가 항소했고, 대구지법 제4민사부(재판장 김형한 부장판사)는 지난 3일 A씨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인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수용자가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외출할 경우 시설 내에 있을 때와는 달리 동행 교도관이나 교정설비의 한계로 구금기능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어 도망의 우려가 높아지고, 특히 사복 착용을 허용한 경우 도주를 감행했을 시 체포가 상대적으로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울산구치소에서 원고에게 사복 착용을 허용하면서도 구두착용 시기에 제한을 뒀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원고는 법정대기실로 호송된 이후 법정에 출석하기 전 장시간 보호장비를 해제한 상태로 있었고, 당시 구두는 법정대기실 내 의자 위에 놓여 있었던 것을 알면서도 교도관에게 구두 지급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도관 혼자 법정으로 출입하는 수용자들의 보호장비를 해제하고 착용하는 업무를 담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원고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구두를 지급하거나 구두를 착용할 것인지 여부를 묻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교도관에게 구두를 지급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 상황에서 교도관이 원고에게 적극적으로 먼저 구두를 지급하거나 구두 착용여부를 묻지 않았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울산구치소 또는 울산구치소 교도관이 원고의 구두착용 시기를 제한하고, 결국 법정대기실에서 적극적으로 원고에게 구두를 지급하지 않고 구두 착용 여부를 묻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교도관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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