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군부, 무르시 대통령 축출... 헌법 정지

대통령 파면 및 헌법 효력 중지... 군부 "대선 다시 치를 것"

등록 2013.07.04 07:53수정 2013.07.04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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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집트 군부의 무르시 대통령 권한 박탈을 보도하는 <허핑턴포스트>
이집트 군부의 무르시 대통령 권한 박탈을 보도하는 <허핑턴포스트>허핑턴포스트

이집트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파면했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4일(한국시각) 이집트의 압델 파타 알-시시 국방장관은 국영 방송에서 성명을 통해 "무르시 대통령의 권한을 박탈하며(deposes), 아딜 만수르 헌법재판소장을 임시정부의 수장으로 임명하고 새로운 내각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알-시시 장관은 "무르시 대통령은 군의 중재 노력을 거부했다"며 "이집트 국민도 더 이상 폭력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우리는 국가를 지켜야 할 역사적 책임을 느꼈다"며 "대선과 총선을 다시 치르고 국가 통합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며 다양한 정치 세력의 동의를 얻었다"고 밝혔다.

앞서 이집트 군은 무르시 대통령과 무슬림 형제단 의장 모함메드 바디에, 부의장 카이라트 알 샤테르 등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이집트 공항 당국도 이들의 출국 금지 명령을 받았다고 공식 확인했다.

또한 이집트 군은 카이로 교외의 무르시 대통령의 집무실을 포위해 사실상 가택연금에 들어갔으며, 무르시 대통령의 사임을 반대하는 친정부 시위 현장에는 탱크를 배치했다. 일부 언론은 군이 무르시 대통령을 카이로 인근의 공군기지로 이송했다고 보도했으나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다.

무르시 대통령 측 "명백한 쿠데타" 반발

이틀 전 이집트 군은 무르시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며 거칠어지자 성명을 통해 "국가 안보가 중대한 위험에 처했을 때 군이 직접 나서 조치를 취할 책임이 있다"며 "48시간 내로 사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군이 개입할 것이며 이는 최후통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무르시 대통령은 군의 최후 통첩 마감 시한인 이날까지도 스스로 물러날 뜻이 전혀 없다고 밝히며, 조기총선 실시와 연립정부 구성, 헌법 개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결국 이집트 군은 무르시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에 대한 출국 금지와 가택 연금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또한 병력을 동원해 국영 방송국, 공항 등 국가 주요 시설을 장악했다. 무르시 대통령이 축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반정부 시위대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와 축포를 쏘며 환호했다.


무르시 대통령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통령 안보 보좌관 에삼 알 하다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집트가 군사 쿠데타에 직면해 있다"며 "어떠한 군사 쿠데타도 유혈 참사 없이 민중의 힘을 꺾고 성공할 수 없으며 과연 누가 이를 책임질 것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무르시 대통령의 최대 정치기반인 무슬림 형제단도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이것은 명백한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군은 더 나아가 추가 조치까지 고려하고 있어 사태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무바라크 독재 끝낸 이집트, 다시 '혼란 속으로'

 이집트 국방장관의 대통령 파면을 발표를 보도하는 영국 BBC
이집트 국방장관의 대통령 파면을 발표를 보도하는 영국 BBCBBC

이와 관련해 이집트 군은 성명을 통해 "(군 병력이 도심 경계를 시작한 것은) 해당 지역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이집트 군은 모든 이집트 국민의 것"이라며 쿠데타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언론은 없다. 일각에서는 반정부 시위대와 군부, 친정부 시위대의 내전으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무르시 대통령은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의 30년 독재가 끝난 후 지난해 6월 민주적 선거를 통해 정권을 잡았으나 일방적인 이슬람 정책과 경기 불황 등으로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서 최근 취임 1주년을 맞아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나흘째 계속되고 있다.

이날 미국 국무부도 성명을 통해 "이집트의 현재 상황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은 미국 정부가 무르시 대통령에 조기 대선을 요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회견에서 이와 같은 보도를 극구 부인하며 "그러한 요구를 한 적이 없으며 결정을 내리는 주체는 미국이 아닌 이집트"라고 반박했다.
#이집트 #무함마드 무르시 #이집트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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